[이성필기자] "정말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1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울산의 2-0 승리를 이끌어낸 유준수(26)는 간절함을 안고 경기에 출전했다.
유준수는 이날 선발에서 빠져 교체 명단에 있었다. 후반 28분 백지훈을 대신해 교체로 투입됐다. 원포지션이 공격수였지만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 뛰며 경기 흐름을 읽고 있었다.
경기는 0-0으로 팽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답답했던 조민국 감독은 유준수에게 "올라가라"라고 명령했다. 마지막 교체 카드였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선 적극적인 공격만이 살 길이었다. 공교롭게도 유준수가 공격 진영까지 올라간 39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의 날카로운 가로지르기가 연결됐고 유준수는 지체없이 머리를 들이밀어 가와사키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 입단 후 첫 골이었다.
유준수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골이었다. 경기 후 그는 "실패를 맛보고 와서 정말 남다르다"라며 소감의 운을 뗐다. 또, "(조 감독이) 많이 도와주셔서 더 보답하고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천에 1순위로 지명됐던 유준수는 촉망받는 공격수였다.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대학 무대에서 이름께나 알렸던 공격수라 프로에서도 성공 시대를 예고했다. 인천에 1순위로 입단한 선수들 대부분은 2년 안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는 전통도 있어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스스로도 10골 10도움을 하겠다며 원대한 포부를 세웠다.
하지만, 유준수는 인천에서 있었던 2년 동안 단 1골만 넣었다. K리그에서는 2011년 18경기 도움 1개, 2012년 9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그나마 넣은 골도 2011년 FA컵 32강전 연세대전에서 기록한 것이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가 없었다.
인천과 계약 해지가 된 유준수는 살 길을 찾아야 했고 지난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한국수력원자력의 문을 두드렸다. 한수원행은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유준수는 중앙 수비수로 변신해 26경기에서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조민국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준수는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헤딩골을 넣으며 당시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울산현대미포조선을 곤경에 빠트렸다. 1차전에서 1-1이었고 2차전에서 0-1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추가시간 유준수의 골이 터지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비록 한수원은 연장전에서 실점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조 감독의 마음속에 유준수라는 이름 석자를 남기기에는 충분했고 울산 입단의 계기가 됐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맛본 짜릿한 골로 유준수의 부활은 시작됐을까.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 유준수의 생각이다. 그는 "늘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챔피언스리그까지 뛸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기대를 많이 받았었는데 마음을 잘 잡아서 과거의 내 실력을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목사인 아버지의 기도도 큰 힘이다. 유준수는 "경기 전, 뒤에서 성원할테니 잘 뛰라고 하시더라"라며 절실함을 갖고 나서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조 감독은 유준수를 전천후 자원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수비수 등 상황에 따라 유준수를 투입해 확실한 조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유준수도 "운이 좋았을 뿐이다. 더 잘하고 싶다. 아직 뭔가 이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차분하게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