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각 팀들은 시범경기를 한창 치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14일 현재 4승 1무 1패로 롯데 자이언츠(2승 1무)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팀 타격 성적이다.
넥센 타선은 팀타율 2할7푼으로 롯데(2할9푼9리)에 이어 역시 이 부문 2위다. 여기에 8홈런 33타점 10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이 세 부문에서는 다른 팀들을 압도하고 있다. 넥센 타선은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연습 경기에서부터 화끈한 화력시범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시범경기 들어서도 위력은 여전하다.
넥센 타선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는 2년 연속 홈런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박병호가 아니다. 2009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지금까지 1군 출전 경험이 없던 강지광이 그 주인공이다. 강지광은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타율 5할3푼3리를 기록했고 시범경기까지 주전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8리를 기록 중이다.
눈에 띄는 건 장타력이다. 강지광은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상대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공식경기 첫 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선 홈런포 두 방을 쏘아올렸다. SK의 선발 조조 레이예스를 상대로 두 차례나 담장을 넘겼다. 공교롭게도 강지광은 지금까지 모두 왼손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쳐냈다. 좌완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강지광을 두고 '제2의 박병호'라는 말이 나온다. 강지광도 박병호처럼 넥센 유니폼을 입기 전 LG 트윈스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지광이 계속 성장한다면 박병호가 아닌 '제2의 김응국(롯데 자이언츠 코치)' 또는 '제2의 이호준(NC 다이노스)'으로 불러야 할지 모른다. 김 코치와 이호준은 강지광과 공통점이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을 바꿔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강지광도 마운드에서 타석으로 자리를 옮긴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김응국 코치는 현역시절 좌투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989년 타자로 전향했다. 그 해 10경기에서 타율 4할8푼3리 1홈런 14안타로 가능성을 보이자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타자로 뛰었다. 김 코치는 2003년 현역 은퇴까지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잡았다. 통산 1천440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3리 1천452안타(86홈런) 667타점을 기록했다. 김 코치는 고졸이 아닌 대졸 프로 선수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 더욱 눈길을 끈 케이스다.
이호준 역시 1996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투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이호준도 투수보다 타자로 자리를 바꿔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보내고 있다. 타자 전향 첫 해인 1996년 17경기에 나와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지만 이듬해 54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 8홈런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호준은 이후 SK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했고 2013년 NC로 이적해 팀의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김인철 한화 이글스 전력분석원도 같은 경우다. 포철공고를 나와 삼성 라이온즈에서 투수로 뛰었던 그는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통산 15승 22패 5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2000년 타자로 변신했다. 43경기에서 타율 2할1푼8리 3홈런 13타점을 기록했고 이후 KIA와 한화를 거치며 2007년 현역 은퇴까지 줄곧 타자로 뛰었다. 한화 소속이던 2005시즌에는 103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5리 10홈런 39타점으로 쏠쏠한 방망이 실력을 보여줬다.
김건우(전 MBC 청룡, LG) 이대진(KIA 코치) 김광삼(LG)처럼 타자로 전향했다가 다시 투수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한편 강지광이 올 시즌 1군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또 다른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을 수 있다. 2차 드래프트의 성공 사례에 속하기 때문이다.
2011년 처음 도입된 2차 드래프트릍 통해 김성배(롯데)와 이재학(NC) 등이 이적 후 기량을 꽃피우며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2009년 LG에서 스카우터로 활동하던 당시 투수 강지광을 선택했고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타자 강지광을 넥센으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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