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원톱 요원 부재로 제로톱을 구사하며 버텨나가던 포항 스틸러스가 강수일(27)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포항은 9일 경남FC와 K리그 클래식 7라운드를 치러 3-0으로 완승했다. 이날 황선홍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임대해 온 강수일을 투입했다. 강수일은 지난 6일 전남 드래곤즈전에 후반 교체로 나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이날 경남전에서는 전반 37분 선제골을 넣으며 신고식을 마쳤다.
공격수 제조의 달인인 황선홍 감독은 강수일의 야생마 기질을 공격 폭발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간 강수일은 다문화 선수라는 타이틀에 댄스, 폭행시비 등 경기 외적으로 주로 화제가 됐지 잠재된 실력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기본기가 있어도 늘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 강수일을 받아들였을 때 황 감독도 강수일의 실력보다 외적인 부분 때문에 고민이 있었다. 워낙 튀는 선수다보니 어떻게 팀에 융화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황 감독은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직접 눈으로 지켜본 뒤 선수를 판단하겠다는 뜻이었다.
강수일은 2007년 인천에서 데뷔해 2010년까지 네 시즌을 동안 58경기를 뛰어 9골 3도움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뒤에는 84경기나 뛰었다. 7골 6도움으로 나름의 성적은 냈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올 시즌에는 제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입지를 잃어 정신적인 안정을 이루기도 힘들었다.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강수일을 임대로 받아들인 황 감독은 무엇보다 차분함을 주문했다. 탄력이나 몸싸움이 좋고 공간 장악도 괜찮지만 침착한 플레이를 해야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포항의 전술을 완벽하게 습득한 뒤 지능적으로 움직이라는 뜻이다.
포항 관계자는 "(강)수일이가 아직까지 포항의 전술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포항의 강점은 쉼없이 선수들의 위치를 바꿔가는 것이다. 다른 공격수나 미드필더들은 감독님이 지시를 하면 위치 이동을 하는데 수일이는 어느 쪽으로 움직이라는 지시가 들어가면 아직까지는 알아듣지 못한다"라며 적응에 시간이 더 필요함을 전했다.
황 감독은 강수일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미드필드가 강점인 포항의 특성을 빨리 파악하고 전방에서 제 위치를 잡고 버티고 있으라는 것이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소유해 빠른 패스로 공격까지 연결해주니 굳이 내려와서 볼을 소유한 뒤 다시 전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황 감독은 이날 경남전에서 강수일에게 "그냥 올라가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 경기를 풀어주는 것은 미드필더들의 몫이고 강수일은 전방에서 해결만 해주면 된다고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강수일의 포항 데뷔골이 나온 것이다.
이미 강수일은 선수단 분위기에는 완벽하게 융화가 됐다. 경남전에서는 경기내내 골키퍼 신화용을 향해 볼을 달라며 손을 드는 적극성을 보였고, 경기 후에는 모든 선수에게 다가가 손을 마주치며 승리를 즐거워했다. 얌전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포항에 역동적인 파도를 일으킨 것이다.
다른 포항 관계자는 "포항 선수들 중 골키퍼를 향해 손을 들며 볼을 달라고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는 노병준 이후 처음이다. 워낙 적극성이 좋아보인다. 침착한 기존 포항 선수들과 적극적인 강수일의 기질이 반반씩 섞이면 최고의 선수가 나올 것 같다"라며 강수일이 조금만 더 안정적으로 움직여주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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