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모두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나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 모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두 감독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맞대결을 평소와 달리 조용히 준비했다.
양 팀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1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치렀다. 서울은 호주 고스포드에서 센트럴 코스트와 싸웠고 포항도 일본 오사카에서 세레소 오사카와 원정 경기를 치렀다.
최용수 감독은 이날 포항전에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왔다. 평소 즐겨 매던 붉은색 넥타이 대신 애도의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검은색을 택했다. 붉은색 넥타이는 지난 2012년 K리그 우승과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안겨다줬던 행운의 상징이라 늘 경기마다 착용하곤 했다.
최 감독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다 어른들의 책임이다. 선수들과 다같이 슬퍼했다"라며 어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선수들에게 과도한 세리머니를 자제하라고 했다. 나도 일본에서 돌아와서 계속 TV를 시청했는데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밝은 분위기로 경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평소 볼 수 있었던 선수들의 응원 현수막이 자진 철거됐다. 한국 로축구연맹이 각 구단에 응원 자제를 요구한 것도 있지만 팬들 스스로도 평소같은 응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을 걸었다. 서울 서포터스는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현수막으로 애통함을 함께했다. 포항 서포터스도 '힘내세요. 반드시 돌아올겁니다', '기적은 그대들을 위한 당연함이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경기를 진행하는 서울 구단도 장내 아나운서가 목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선수 소개를 했고 음악도 잔잔하게 깔며 흥겨움을 자제했다. 관중들도 슈팅 장면에서만 잠깐의 탄성을 내뱉었을 뿐 조용히 관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상주 상무의 경기도 응원 없이 진행됐다. 대신 실종자와 피해를 입은 가족들을 위한 응원 현수막이 걸렸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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