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일 경기에서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빈볼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이 펼쳐진 것이다.
사건은 8회말 한화의 공격에서 일어났다. 한화가 9-7로 앞선 상황.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정근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LG 구원투수 정찬헌. 초구 볼을 던진 정찬헌은 2구째 시속 140㎞ 중반대의 강속구로 정근우의 왼쪽 어깨 부위를 맞혔다.
공을 맞은 정근우는 정찬헌을 노려보며 마운드 위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양 팀 선수들은 덕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몸에 공을 맞은 당사자가 아닌 한화의 김태균, LG의 우규민과 이병규 등이 더욱 흥분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한동안 몸싸움과 설전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벤치클리어링은 수습됐고, 양 팀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돌아가며 경기가 재개됐다. 정찬헌은 구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한화는 9회초 최영환이 조쉬벨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후 역전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잘 극복한 끝에 9-8로 승리했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계를 6회말 한화의 공격 때로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한화가 7-5로 앞선 가운데 1사 3루에서 정근우와 정찬헌이 만났다.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정찬헌의 7구째 강속구가 정근우의 등에 꽂혔다. 정근우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별다른 신경전 없이 1루로 걸어나갔다.
정근우의 사구에 의한 출루 후가 문제였다. 1사 1,3루가 된 상황에서 김태균이 유격수 쪽 땅볼을 때렸다. 충분히 병살타가 될 수 있는 타구. 그러나 타구를 잡은 오지환이 직접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1루에 송구한 것이 원바운드가 되며 김태균을 살려줬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한화는 8-5의 여유 있는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닝 교대 시간, 양 팀 덕아웃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LG 이병규가 정근우를 향해 무언가 항의했고, 정근우는 억울하다는 듯 맞받아쳤다. 정근우가 2루로 슬라이딩해 들어가면서 송구하던 오지환의 다리를 걸었다는 것이 두 선수 언쟁의 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이 있고 한 후 8회말 정찬헌의 정근우 상대 두 번째 몸에 맞는 공이 나온 것이다. 명백한 빈볼이었다. 심판진도 정찬헌의 투구를 빈볼로 간주, 퇴장을 명령했다. 김기태 감독이 나와 항의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정근우의 슬라이딩이 LG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백 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오지환의 송구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레이였다. 그러나 그 불만을 빈볼로 표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수로 맞혔다고 하기엔 고의성이 너무도 명확히 드러났다. 몸을 맞힌 공의 코스도 하체 쪽이 아닌 얼굴에 가까운 상체 쪽이었다.
상대 선수에게 부상 위험이 있는 정근우의 슬라이딩도 칭찬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LG의 빈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날 LG는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패했다. 9위에 머물며 반등을 위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LG지만, 그 계기는 벤치클리어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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