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홍명보호에는 암묵적으로 금지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유니폼 상의를 하의 안으로 넣어 입는다든가 훈련 예정 시간을 서로 정확하게 맞춘 뒤 함께 움직이는 것들이다. 먼저 그라운드에 나가 있지 않고 함께 움직여야 훈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일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원팀(One team)을 지향하는 홍명보호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정신(One spirit)을 모아 훈련 집중도를 높여 공통의 목적(One goal)에 다가서자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홍명보호 출범 후 이런 요소들이 일부 흔들렸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월드컵을 앞둔 현재는 모두 하나로 뭉쳐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전지훈련 베이스캠프를 차린 홍명보호에는 암묵적인 합의들이 있다. 숙소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고 고온 다습한 더위를 견디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또, 주로 저녁에 자주 찾는 치료실에서는 그날 훈련에 대한 장, 단점과 상대국의 전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공부를 돕는다.
훈련장인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로 이동시에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숙소에 핸드폰을 놓고 나온다. 숙소에서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까지는 차량으로 20여분이면 이동하는 거리다. 숙소에서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끼고 사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훈련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장으로 오가는 동안만큼은 서로를 보고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바라는 홍명보 감독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홍 감독이 핸드폰을 두고 오지 말라고 지시를 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홍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훈련복을 입은 그 순간부터 훈련은 시작된 것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 이미 한국을 떠나 마이애미로 온 순간부터 대표선수들의 모든 행동이 훈련의 일부인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은 주로 버스에서 음악을 듣거나 자기 포지션의 파트너 등과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 모바일 기기 등을 놓고 오는 부분에 있어서는 주장 구자철이 선수들에게 지시가 아닌 권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보다 홍 감독의 생각을 잘 읽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모바일 기기를 숙소에 놓고 오니 자연스럽게 활용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양도 줄었다. 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등을 통해 지인들에게 흘려주던 훈련에 대한 얘기나 느낌 등도 공식적으로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뉴미디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팀 분위기를 그르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장 구자철은 "훈련장으로 이동시에는 음악을 주로 듣는 편이고 돌아올 때는 선수들끼리 훈련 내용에 대한 것들을 서로 이야기한다"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침 시간은 정해놓지 않았지만 대부분 오후 11시면 잠든다. 시차에 서서히 적응되면서 대부분 선수들은 잠을 잘 이루는 편이라고 한다. 훈련 후 짧은 낮잠 등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데도 애를 쓰고 있다. 과거처럼 게임기를 가져와 잠잘 시간에 몰래 게임을 하는 선수도 없다.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면 다음날 티가 난다는 것도 모두들 알고 있다.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하나의 팀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홍명보호다.
조이뉴스24 /마이애미(미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