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의 '쌕쌕이' 이근호(29, 상주 상무)는 브라질월드컵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23명의 태극전사 중 컨디션도 상위권에 든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1차 베이스캠프에 입성한 뒤에도 이근호는 몸상태가 좋아 열심히 훈련에 나서고 있다.
이근호가 멀티플레이어라는 것은 이미 수 차례 A매치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좌우 날개는 물론 처진 공격수에 최전방 공격수까지 전천후로 활용이 가능하다. 홍명보 감독도 이근호의 다재다능함에 만족하며 그동안의 평가전 등에 꼭 출전시켰고 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선발했다.
왕성한 활동량과 공간 파괴의 능력자인 이근호는 팀 내 보이지 않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하다. 대표팀 관계자는 "박주영과 함께 팀 분위기를 주도한다. 워낙 성격이 좋아서 선수들도 잘 따른다. 군인이다보니 생활도 규칙적으로 잘하고 있다. 모범적이다"라고 전했다.
이근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을 꿰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외파가 합류하지 않았던 지난 1월 브라질-미국 전훈 당시 미국, 멕시코와 평가전에는 선발로 나섰다. 이후 해외파와 함께한 3월 그리스, 5월 튀니지와 평가전에서는 조커였다.
마이애미 입성 후 훈련 과정을 확인한 결과로는 이근호는 스타팅 멤버가 아닌 '조커' 요원으로 꼽힌다. 주로 비주전팀으로 인식되는 비조끼팀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 대표팀과 달리 홍명보호에서의 훈련 때 조끼 착용이 주전, 비주전을 가르는 요소로 인식되는 것이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미니게임 등에서의 활용 패턴으로만 본다면 이근호는 비주전에 가깝다.
홍명보호는 최근 비공개 훈련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왼쪽 날개는 손흥민(레버쿠젠)-김보경(카디프시티)-지동원(아우크스브루크)의 경쟁이 치열하고 오른쪽은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 부동이다. 최근에는 김보경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구자철(마인츠05) 홀로 있는 것이 그나마 이근호의 주전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위치나 선발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이근호는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그는 "다들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던 대로 하고 있다. 그냥 대표팀의 모든 것이 좋은 것 같다"라고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근호의 이런 태도는 홍명보 감독이 의도하는 원팀이 잘 만들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홍 감독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선수들에게) 주전 경쟁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라며 "내게 있어 더 중요한 것은 경기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다. 경기에 나갈 사람을 도와주는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 그들의 역할이 없다면 반쪽짜리 팀이다"라며 선수들의 지나친 주전 경쟁이 팀분위기를 해치는 것을 경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근호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훈련에 충실하며 대표팀이 하나로 뭉치는 아이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1차전 상대인 러시아전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와의 평가전 당시 선발로 뛰었던 경험과 그간의 평가전 비디오를 분석하며 생각한 해법이었다.
이근호는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면서 러시아를 봐야 한다. 러시아는 중앙에서 끊어나가 공격으로 연결하는 플레이가 빠르다. 측면에서 풀어서 (러시아의) 중앙 공격을 혼란에 빠트려야 한다.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에서 곽태휘(33, 알 힐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이근호의 조용한 헌신이 월드컵을 코앞에 둔 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마이애미(미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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