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서건창(넥센 히어로즈)은 팀 내에서 '그린라이트'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다. 벤치에서 사인이 없더라도 출루한 뒤 개인 판단에 따라 언제든 도루를 할 수 있다.
주루 센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건창은 1군 풀타임 주전 자리를 꿰찬 2012시즌과 지난해 각각 39, 26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0일 현재 벌써 22도루를 기록, 팀내 최다이고 전체 도루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두 차례나 도루 실패를 했다. 특히 8회 서건창의 도루자가 넥센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이 됐다. 8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서건창은 2루타를 쳤다. 그 때까지 8-5로 앞서고 있던 넥센에게 좋은 추가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서건창은 후속타자 이택근 타석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허무하게 득점 기회가 날아가 버렸고, 넥센은 9회 마무리 손승락이 흔들리는 바람에 대거 6실점하면서 두산에게 9-11로 역전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서건창과 8회 도루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염 감독은 3루 도루 실패를 한 서건창을 오히려 격려했다.
이유는 있었다. 서건창이 3루 도루를 시도한 건 당시 마운드에 있던 두산 다섯 번째 투수 이용찬이 던질 구종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용찬은 볼카운트 투볼 투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 그립을 쥐었다. 이 모습이 2루 주자 서건창의 눈에 들어왔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는 직구가 아닌 변화구 타이밍이라는 걸 파악했고 투구가 원 바운드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3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서건창은 상대 투수 움직임을 파악한 세밀한 야구를 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건창은 이용찬에게 당했다. 도루 낌새를 챈 이용찬은 2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고 이미 3루로 스타트를 끊었던 서건창은 횡사했다.
염 감독은 "건창이가 판단을 잘 내려 좋은 플레이를 했다"며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상대 투수 이용찬이 더 잘했다. 결과는 우리에게 좋지 않았지만 두 선수 모두 세밀한 플레이를 잘 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서건창은 이날 프로 데뷔 후 첫 한 경기 5안타를 치며 펄펄 날았다. 그러나 두 차례 도루 실패가 마음에 짐이 됐을까.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달아올랐던 타격감이 식었다. 볼넷 1개를 골라 내는 데 그쳤다. 삼성 톱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가 됐다.
염 감독은 "건창이가 도루 실패를 잊길 바란다. 건창이도 잘했지만 상대가 더 잘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넥센은 45홈런을 합작하고 있는 박병호(27홈런)와 강정호(18홈런)를 중심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장타로만 경기를 이길 수는 없는 것. 서건창처럼 팀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건창이 도루 실패를 훌훌 털어내고 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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