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어른들은 지혜롭지만 계산을 하고, 아이들은 순수하고 계산하지 않지만 분별력이 떨어져 실수하는 경우가 있죠. 두 세대가 서로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tvN 새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이 오는 16일 첫 전파를 탄다. 처세라고는 모르는 철부지 고교생이 대기업 간부로 입사하면서 펼쳐지는 에피스드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처세술의 홍수 속에서 때론 의도도 목적도 없는 단순한 처세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tvN 새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배우 서인국·이하나·이수혁·이열음과 연출을 맡은 유제원 감독, 극본을 쓴 양희승 작가가 참석했다.
처세는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져왔다. 흔히 사회 생활의 노하우로 설명되는 처세술은 서점의 인기 코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분류이기도 하다. 이날 배우 이하나는 '고교처세왕'의 리딩 현장에서 유제원 감독이 했던 말을 복기했다. 때묻지 않아 처세를 모르는 아이들, 지혜는 쌓았으나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 사이에서 '고교처세왕'이 유의미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극 중 남자주인공 이민석(서인국 분)은 명문고등학교인 풍진고 아이스하키부의 최전방 공격수로 교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중, 형의 빈자리를 대신해 대기업 본부장으로 위장입사하게 된다.
꼭 닮은 얼굴 탓에 형의 본부장 자리를 대신해 입사했지만, 민석은 업무 능력에서는 물론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될 처세 면에서도 형과는 다를 것이 분명하다. 18세 고교생이 물 오른 27세 수재 본부장의 대처력을 따라가기란 누가 봐도 무리다. 앞뒤 재지 않는 민석의 행동은 처세술 역시 암묵적 능력이 되는 이 세계에서 신선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
민석은 회사의 비정규직 여사원 정수영(이하나 분)과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그린다. 수영은 깐족 깐족 얄미운 본부장 민석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2년이나 짝사랑했던 경영전략 본부장 유진우(이수혁 분)에게 고백하고 차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룹 사장의 혼외아들인 진우는 민석이 해사한 미소로 아버지의 마음까지 녹인 것을 보며 질투심을 느낀다. 묘한 감정으로 엮인 세 사람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유제원 감독은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리얼리티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신분 상 태생적으로 약자인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서사가 10년 전만 해도 먹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인위적으로 연출하면 시청자들이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리얼함을 강조하지 않으면 이런 서사가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야기의 주요 배경과 소재가 직장 생활이라는 점에서, 지난 2013년 방영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이 떠오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현실감 넘치는 직장 생활 백서에 시청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주인공 미스김(김혜수 분)은 완벽한 업무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이었지만 처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부·줄타기·모략·뒷담화는 말끔히 뒤로 한 채 업무 효율을 중시했다. 못하는 것 없는 미스김의 절대 능력에 처세 따윈 필요없었다.
겪을 만큼 겪어 본 끝에 자발적 비정규직으로 살아남은 이가 미스김이라면 '고교처세왕'의 민석은 그의 18세 인생에서 처세술을 단련할 이유가 없었던 인물. 엉뚱하고 솔직한 민석의 에너지가 처세 아닌 처세가 되는 신선한 서사를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그런가 하면 tvN 월화드라마에서 연상연하 커플의 대세가 이어져 눈길을 끈다. '로맨스가 필요해3'의 김소연·성준, '마녀의 연애'의 엄정화·박서준에 이어 '고교처세왕'의 이하나·서인국이 그 열풍을 이어간다. '고교처세왕'의 이하나와 서인국은 각각 1982년생, 1987년생으로 5세 차이지만 극 중에선 기업 여사원과 고교생의 신분인 만큼 각각 17세, 18세로 분했다. 9세 차 로맨스를 소화한다.
'천국의 눈물'을 연출했던 유제원 감독이 연출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과 '똑바로 살아라'를 쓴 양희승 작가와 '하이킥' 시리즈에 참여했던 조성희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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