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홍명보 감독은 끝까지 칼을 숨겼다.
홍명보 감독이 러시아전을 앞두고 마지막 출사표를 던졌다. 홍 감독은 1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열린 공식 훈련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 주장 구자철(마인츠05)과 함께 참석해 러시아전 전망과 각오를 밝혔다.
일단 홍 감독은 러시아전에서 그간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는 "최선을 다하는, 후회없는 경기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양 팀 모두 기회는 있겠지만 골 결정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본다. 어느 시점에 골을 넣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팀이 젊은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홍 감독은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장 안에서의 판단이 어리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히 좋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라며 의연하게 상황 대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초 당시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감독을 맡고 있던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연수를 받은 바 있다. 러시아 취재진은 당시의 인연을 상당히 깊게 생각한 듯 히딩크로부터 조언을 들은 것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홍 감독은 "열심히 하고 오라고 하더라"라고 간단하게 말하면서도 "안지에 있을 당시에는 대표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당시 안지에서 뛰던 러시아 선수 2~3명의 장, 단점만 알고 있다.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홍 감독은 조별리그에 같이 속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의 취재진이나 전력 분석관이 오지 않아 한국팀이 외면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런 분위기가 계속 될수록 좋다"라며 말을 아꼈다. 먼저 기자회견을 가진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도 "한국 선수들의 이름은 잘 모른다"라며 은근히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솔직히 한국 이름이 외국에서는 외우기가 쉽지 않다"라고 재치있게 받아친 뒤 "러시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있다. 내일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무시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 평가가 그런 것은 당연하다"라고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기후에 대해서는 더위보다 습도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훈련 후 이구아수에서 충분히 회복했다.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습도가 있다. 우리에게는 마이애미 내성이 남아 있다"라고 적응에 자신감을 보였다.
러시아전의 핵심은 지지 않는 축구였다. 첫 경기 승패에 대해 "(첫 경기 결과가) 조별리그 내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왕이면 첫 경기에서 이겼으면 한다"라면서도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 경기 후 두 경기가 남았다. 상대팀 경기를 보고 이후 경기 운영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어떻게 조 예선 전략을 짤 것인지 전했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공격력 향상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감독은 "본선에서의 득점에 대한 기대가 있다. 공격수들이 골 외에도 할 일이 많다. 골 넣어주면 좋겠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으니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본다"라고 믿음을 나타냈다. 이어 훈련 전 왼쪽 발목 이상으로 벤치에서 쉰 하대성(베이징 궈안)에 대해서는 "심한 부상은 아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쉽게 했다"라고 큰 부상이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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