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근호(상주 상무)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4년 전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설움을 털어내는 감격적인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근호는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23분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후반 10분 박주영과 교체돼 들어갔던 이근호는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러시아의 수비 압박이 헐거워진 틈을 타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강하게 날아간 볼은 상대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의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꺾여 들어갔다.
해외파가 아닌 K리거, 연봉 160만원의 병장이 대한민국의 브라질 월드컵 첫 골을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이채롭고 놀라웠다. 이근호는 "운이 좋았다.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나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전만 기다린 이근호였다. 그는 "(4년 전의) 서러움을 떨치는 것만 상상했다. 슈팅을 할 때 패스를 할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대로 골이 들어가버렸다"라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골이 들어간 뒤 아무 생각없이 그냥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는 이근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그냥 거수경례는 해야겠더라. 김연아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다"라고 얘기했다.
자신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비긴 것은 여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근호는 "결승골이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라며 "알제리전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희망을 노래했다.
조이뉴스24 쿠이아바(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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