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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과 같은 결과? 책임은 2014가 더 무겁다


차두리 '98년에는 왜?', 많은 것 시사하는 물음

[최용재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참패'로 끝났다.

1무2패, 승점 1점에 그치며 H조 꼴찌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처참한 성적이었다. 한국 축구는 16년 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돌아왔다.

그래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비교되고 있다. 같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1무2패, 승점 1점, 조 꼴찌라는 같은 성적.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성적이 아니다. 겉으로만 같은 성적일 뿐, 속은 2014년이 훨씬 더 썩었다. 따라서 2014 월드컵 대표팀이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차범근 감독이 이끈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은 E조에 속했다. 상당히 까다로운 조였다.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와 벨기에, 그리고 북중미 전통적 강호 멕시코와 한 조를 이뤘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객관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이전 대회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한국이기에 첫 승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1차전 상대는 멕시코. 한국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전반 27분 하석주가 터뜨린 선제골. 한국의 월드컵 출전 역사 최초의 선제골이었다. 하지만 아픈 기록도 남겼다. 하석주는 골을 넣은 후 백태클로 퇴장을 당했다. 한국 최초의 '가린샤 클럽(골을 넣고 퇴장 당하는 선수를 일컫는 말)'에 가입하기도 했다. 한국은 수적 열세에 놓이면서 멕시코에 내리 3골을 허용, 1-3으로 역전패했다.

2차전 네덜란드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고 있던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역대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했다. 네덜란드 최고의 골키퍼 에드윈 반데사르, 전설적인 수비수 야프 스탐, 싸움닭 에드가 다비즈, 가장 빠른 날개 마르크 오베르마스, 전설적인 공격수 데니스 베르캄프까지. 골키퍼, 수비, 중원, 공격까지 네덜란드는 슈퍼 스타 군단이었다.

이 슈퍼스타들은 모두 한국전에 선발 출전했고, 한국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한국은 0-5 참패를 당했다. 코쿠, 오베르마스, 베르캄프, 반 호이동크, 드보어에게 1골씩을 허용, 참혹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훗날 히딩크 감독도 "당시 네덜란드는 최강의 팀이었다. 베르캄프 등 최고의 선수들이 많았다"며 1998년 월드컵 한국전을 기억하기도 했다.

2패를 안은 후 치른 마지막 3차전 벨기에전. 한국은 그래도 3차전에서 희망을 봤다. 0-1로 뒤지던 후반 27분 유상철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대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국가대표의 투지와 투혼, 그리고 절실함과 간절함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 경기로 인해 한국 대표팀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선물했다. 실패 속에서도 다음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안겼다.

한국은 1무2패, 승점 1점으로 E조 꼴찌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초라한 성적이었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그 벽에 막혔지만 최선을 다해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에 박수를 보낸 이들이 많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은 역대 '최상의 조'에 편성됐다. 톱시드지만 압도적인 강호라고는 할 수 없는 유럽의 벨기에, 그리고 유럽에서도 비주류에 속한 러시아, 아프리카에서 그 어떤 성과도 낸 적 없었던 알제리와 함께 한국은 H조 속했다. 최상의 '꿀조'라 했고, 한국은 16강을 넘어 원정 8강까지 노린다고 했다.

그런데 1차전에서 러시아와 졸전 끝에 1-1 무승부, 2차전 알제리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며 2-4 대패, 3차전에서는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한 수적 우세 속에서도 벨기에에 0-1로 패배했다. 1무2패, 승점 1점 H조 꼴찌로 탈락한 한국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1998년과 같다. 하지만 2014년 실패에 더 큰 상처가 담겨 있다. 1998년은 한국 축구가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할 당시였고, 어려운 조에 속했다. 1승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2014년 현재 한국 축구의 위상은 많이 높아져 있고 한국은 월드컵에서 상당히 도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로 매번 조별리그에서 1승씩은 거뒀고, 지난 대회였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도 달성했다.

게다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역대 최고의 '꿀조'였다. 그런데 한국은 다시 축구 변방으로 전락했다.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침몰했다. 그렇기에 1998년 당시 1무2패와 2014년 1무2패는 받아들이는 충격이나 깊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2014년 1무2패가 더 수치스럽고 더 상처가 많은 실패다.

게다가 1998년에는 역대 최강이라는 네덜란드에 참패를 당했지만 2014년에는 우리가 1승 제물로 보던 아프리카팀 알제리에 참패를 당했다. 네덜란드와 알제리의 차이가 국민들, 축구팬들 상처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톱시드가 아닌 팀에 최초로 4골이나 허용했고, 알제리는 월드컵에 진출한 아프리카 팀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을 한국을 상대로 세웠다.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또 벨기에와의 3차전은 11명과 10명이 싸웠는데도 졌다. 대표팀의 투혼과 투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 국가대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국민들의 상처는 더욱 크고 아팠다.

1998년과 2014년 월드컵. 한국의 성적은 같았고, 상처의 깊이는 2014년이 훨씬 더 컸다. 실망과 절망, 굴욕의 크기도 2014년이 더욱 크다. 당연히 2014년 월드컵을 이끈 이들의 책임이 더 무거워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됐는가.

1998년에는 차범근 감독이 2차전이 끝난 후 대회 도중 경질됐다. 1998년보다 더 큰 상처를 준 2014년 대표팀에는 당연히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유임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끌어안았다. 최악의 성적, 최악의 분위기, 최악의 분노 속에서 협회는 홍 감독을 재신임했다.

이에 차범근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FC서울)가 개인 SNS를 통해 이렇게 물었다.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고 의아해하는 단 하나의 물음. '98년에는 왜?'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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