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안고 돌아온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그리고 그를 유임시킨 대한축구협회. 협회와 홍 감독의 이런 '의리'가 축구판을 넘어 한국 전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행태가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를 넘어 한국 사회 곳곳에는 원칙 파괴, 말 바꾸기, 편법, 의리 인사 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를 홍 감독과 협회를 빗대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그러진 사회상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메시지는 원칙을 지키는 사회,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다. 그들의 의리를 인정한고 받아들인다면 사회 역시 부조리를 인정해야만 한다. 사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도 침묵해야만 하는 것이다.
원칙을 깨는 사회,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고 몰락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과 협회를 통해 다시 그런 씁쓸한 모습을 봤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그리고 당당하게 책임지는 사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6일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송한 코미디 프로에서 홍 감독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들은 코미디로 홍 감독을 풍자했다. 의리 축구, 원칙 파괴, 엿 투척 사건, 책임지는 사람 없는 유임 등 지금까지 있었던 축구대표팀과 홍 감독에 대한 부조리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큰 웃음과 함께 큰 씁쓸함을 전한 풍자였다.
홍 감독과 협회가 풍자 개그의 소재로까지 전락했다. 이 코미디 프로는 정치 풍자로 유명세를 탔다. 풍자 역시 대부분이 정치적인 풍자다. 유독 정치판에서 상식과 정도에 벗어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 감독이 풍자 코미디에 등장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 감독과 협회의 행태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정치판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프로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홍 감독과 협회를 질타하는 패러디물이 등장하고 있다. 패러디는 사회의 한 현상(긍정적인 현상이든 부정적인 현상이든)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관심 또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감이 있어야 패러디가 유행할 수 있다.
'엔트으리' 패러디를 비롯, 최근 한 연예인이 잃어버린 지갑 속에 있는 사진으로 겪었던 열애설을 빗대 만든 홍명보 감독 지갑 속에 박주영과 껴안고 있는 사진이 있다는 '지갑 패러디', 또 최근 개봉한 한 영화를 이용해 만든 '신의 직장' 패러디 등 홍 감독과 협회를 비꼬는 패러디물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또 다른 한 개그 프로의 유행어를 활용해 "유임잔가?" "그렇다" "그럼 천천히 감독 한 번 해봐"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리고 있다.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유임이 분명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정적 영향이다. 정치판과 비슷한 한국 축구판에 실망하고 절망했다. 긍정적 영향도 있다. 기본이지만 잊고 살았던 원칙과 책임의 중요성이 이번 기회에 새삼 부각되고 있다. 원칙 파괴와 책임 전가는 이 사회에서 뿌리내릴 수 없다는 교훈도 얻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