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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최부식 "여오현 있어 든든해요"


컵대회 준비는 OK…3번째 우승 위해 담금질

[류한준기자] 1등만 기억하는 세상. 몇년전 공중파 TV 개그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유행시킨 말이다. 승부의 명암이 늘 교차하는 스포츠에서 더 와닿는 말이다.

대한항공 리베로 최부식이 그랬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여오현(현대캐피탈) 때문이다. 1978년생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유니폼은 다르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최부식은 '일인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항상 여오현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김세진(현 러시앤캐시 감독)이 현역 선수로 뛸 때 같은 포지션이라는 이유 만으로 만년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장병철(은퇴)처럼 최부식도 그랬다.

최부식은 대학교때까지는 여오현과 견줘 조금 앞서갔다. 마산중앙고를 나온 최부식은 배구 명문 경기대에 입학했고 대전중앙고에서 뛰고 있던 여오현은 당시 경기대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홍익대로 갔다.

그러나 1998년 국제배구연맹(FIVB)에 의해 도입된 리베로 제도가 둘의 운명을 바꿨다. 둘 다 레프트 공격수로는 또래 선수들과 견줘 키가 작았다. 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포지션 변경은 필수였다. 최부식과 여오현은 운명처럼 리베로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오현이 이호(현 우리카드 코치)에 이어 국가대표 리베로 자리를 꿰차면서 둘의 차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부식은 "2002년까지는 절대로 내가 밀린다는 생각을 안했다"며 웃었다. 여오현은 당시 소속팀 삼성화재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멤버가 됐다. 여오현은 병역혜택을 받았고 최부식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뛸 때 생각을 바꿨다"며 "실력 차를 인정하니 마음도 한결 편하지더라"고 다시 한 번 웃었다. 여오현은 최부식과 견줘 한 해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정들었던 삼성화재 유니폼 대신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올해 연봉 3억5천만원에 재계약했다.

최부식은 2013-1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원 소속팀 대한항공 잔류가 유력했는데 그는 2차 협상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다. 최부식은 "사실 FA라는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쯤은 내 가치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유 때문에 최부식은 대한항공과 1차 협상에서 도장을 찍지 않았다.

리베로 포지션에 보강이 필요한 팀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나이와 보상 선수 문제 등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그는 "그래도 대한항공 유니폼을 계속 입게 됐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실업시절인 2000년 입단했으니 대한항공에서만 14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최부식은 포지션 경쟁자인 여오현에 대해 '든든하다'고 했다.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가 아닌 이제는 동반자가 됐다. 그는 "그래도 오현이가 리베로의 고충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오현이는 내게 '너와는 끝까지 함께 간다'며 '나중에 누가 감독이 되든 함께 코치로 일하자'는 약속도 했다"고 껄껄 웃었다.

둘은 다시 배구공을 잡았다. 쉴 틈은 별로 없다. 매년 오프시즌 반복되는 일이다. 그리고 2014-15시즌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열리는 컵대회가 이제 눈앞이다. 최부식은 배구화끈을 다시 조였다. 그는 "오현이도 그렇지만 확실히 예전과 견줘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여력이 되는 한 계속 리베로로 뛰며 동료들의 플레이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부식에겐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작은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컵대회 3회 우승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7년과 2010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조금 힘들게 출발했는데 올 시즌에는 컵대회 우승으로 분위기 좋게 시작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부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9경기 98세트에 나와 서브리시브 성공률 61.96% 디그 220개 성공과 81.78%의 디그성골률을 각각 기록했다. 디그 부문에서 여오현, 부용찬(LIG 손해보험)에 이어 3위를 차지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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