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더이상 '기대주'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베테랑도 아니다. 어쩌면 기대주로 꼽혔을 때가 전성기였는지 모른다.
문성민(현대캐피탈)은 경기대 재학시절 김요한(LIG 손해보험) 박철우(삼성화재)와 함께 한국남자배구를 이끌어 갈 공격수 트로이카로 꼽혔다. 세 선수는 한 살 터울(문성민이 1986년생, 김요한과 박철우는 1985년생 동갑내기다)로 김세진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감독과 신진식 삼성화재 코치의 뒤를 이을 대형 공격수로 기대가 컸다.
문성민은 김요한, 박철우와는 조금 유형이 다른 선수로 분류됐다. 파워보다는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월드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군계일학이었다. 그 덕에 문성민은 해외로 진출, 독일과 터키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그는 해외리그에서 뛸 때 한국전력에 전체 1순위 신인 지명을 받았고,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V리그로 유턴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이 꼬였다. 국내 복귀 이후 제대로 뛴 시즌이 없었다. 계속된 크고 작은 부상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리그 일본전에 출전했다가 당한 무릎 인대 부상이 컸다.
하지만 문성민은 수술 뒤 지루한 재활과정을 거친 끝에 예상보다 일찍 코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현대캐피탈 입단 후 처음으로 2013-14시즌 챔피언결정전에 나갔다. 결과는 삼성화재에 밀려 준우승.
문성민은 팀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는 "4년 만에 팀이 챔프전에 나갔는데 정말 아쉽기만 하다"고 챔피언전 패배를 돌아봤다. 정규리그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다는 자책도 앞선다. 문성민은 "정규리그 개막부터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고 했다.
사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복귀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한 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문성민의 복귀시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문성민 스스로가 코트에 빨리 나서기를 원한 부분도 있었지만, 팀 성적에 대한 부분도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문성민이 빠져 있는 동안 고전했다. 김 감독은 "어쩌면 딜레마였는지도 모른다"며 "(문)성민이를 위해서라면 복귀를 최대한 뒤로 미뤘어야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문성민이 합류하면서 현대캐피탈은 조금씩 힘을 얻었고 여세를 몰아 플레이오프를 거쳐 오랜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나갈 수 있었다.
문성민은 현재 재활중이다. 김 감독도 지난 시즌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문성민 기용에 대해 더 신중해졌다.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겠지만 오는 19일부터 시작하는 2014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문성민은 코트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는 적어도 올해만큼은 태극마크를 달지 않는다.
남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기원 감독은 지난 4월 월드리그, 세계선수권대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나설 대표팀 22인 로스터를 발표했는데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문성민은 제외됐다. 문성민에겐 처음으로 소속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문성민은 2014-15시즌 개막과 함께 코트에서 뛰기 위해 치료와 재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휴가를 다녀온 뒤 일찌감치 팀 숙소가 있는 천안으로 와 휴식, 치료, 재활 프로그램에 시간표를 맞췄다. 완벽한 컨디션을 찾고 예전 전성기 모습과 가깝게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동안 대표팀도 그렇고 소속팀에서 코칭스태프와 선, 후배 동료들에게 너무나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았다"며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겠다. 부상 회복에 집중하고 2014-15시즌에 팀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꼭 보탬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문성민은 지금까지 선수 경력에 견줘 우승과 인연이 별로 없었다. 경기대 시절 신영석(상무) 황동일(삼성화재)과 함께 뛰었지만 김요한 유광우(삼성화재)가 버티고 있던 인하대에 밀렸다. 대표팀에서도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멤버가 되긴 했으나 2010 광저우대회에선 동메달에 그쳤다. 프로에 와선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독일 분데스리가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뛸 때인 2008-09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게 프로로선 유일한 우승 경력이다. 우승에 대한 갈증이 누구보다 더한 문성민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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