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후폭풍으로 대한축구협회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축구협회의 부실한 대표팀 지원이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 중 하나라는 말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개혁의 선결 과제는 인적 쇄신이다. 특정 학맥과 인맥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은 과거 집행부나 현재나 여전하다. 정몽규 회장이 선임한 집행부는 보신하기에 바빠서 각종 회의에서 직언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무진들이 제시한 제도개선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는 정 회장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보자. 말이 많은 FA컵 개선 아이디어를 직원들이 제시해서 보고하면 '뭐하러 바꾸느냐'는 지적이 더 많다. 대표팀 운영도 마찬가지다. 한 지도자가 권역별, 또 권역 안에 있는 지역별 전임 지도자 양성으로 유소년 선수를 육성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아직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돈이 든다는 이유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전했다.
이는 축구협회 회장 선거 제도 개선과 맞닿아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시도협회 16명, 산하 연맹 단체장 8명 등 24명의 대의원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기득권의 상징이었던 중앙대의원 제도를 폐지는 등 나름대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투표권을 가지면서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2012년 선거의 경우 정몽규 현 축구협회장과 야권 성향의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 윤상현 국회의원이 치열한 득표전을 벌였다. 후보 등록부터가 난관이다. 등록을 위해서는 대의원 3명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거래가 판을 쳤다.
정 회장은 1차 투표에서 7표를 받아 8표를 받은 허 회장에게 뒤졌지만 2차 결선 투표에서 15대9로 전세 역전에 성공했다. 진땀 승부였지만 대의원 13명만 확보해도 당선이 확정되기 때문에 '금권 선거' 의혹이 쏟아졌다. 당시 조이뉴스24에는 거의 매일 '누구누구 후보자가 누구와 만나 얼마를 건넸다더라', '누구 후보측이 우리가 얼마를 뿌렸다고 흑색 선전을 한다'는 식의 제보가 끊이질 않았다.
실제 선거 종료 뒤 한 대의원은 축구협회 인근 식당에서 한 후보자와 식사 후 거나하게 취해서는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돕는다고 도왔는데…"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해당 후보자는 기자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괜찮아. 다음에 잘해"라는 말로 다독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선거 기간 내내 표를 얻기 위해 후보자가 얼마나 대의원을 괴롭혔는지 안봐도 뻔한 장면이었다.
축구협회도 선거 때마다 커지는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 대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260명의 대의원이 축구협회장을 뽑는다. 구성도 다양하다. 지역 협회장이 140명, 독일축구협회 대표가 17명, 협회 이사회 29명, 연맹이나 팀으로 구성된 리그 대표 74명 등이다.
스페인은 180명(지역 협회 20명, 선수대표 48명, 심판대표 14명, 지도자 대표 14명, 리그 대표 84명)으로 구성됐다. 직능별 대표들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프랑스는 1, 2, 3부 리그 프로구단 대표와 3부 이하 하위 리그에 해당하는 아마추어 대표, 지역리그 대표팀 등 256명으로 구성됐다.
유럽의 예를 정 회장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 해도 두 가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하나는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가맹경기단체규정'이다. 해당 규정에는 '대의원은 시, 도 경기단체장과 전국규모연맹체의 장만이 할 수 있게 돼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타 종목들이 문제 단체로 지정되면서 일종의 규정 표준화를 시도한 것인데 종목의 특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단체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상의를 하고 있다. 체육회 역시 선거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체육회가 정관 개정을 했다고 해도 축구협회에서 이를 충실히 이행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대의원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총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총회를 구성하는 이들이 바로 대의원들이다.
선거마다 몸값이 뛰는 대의원들이 선거 제도 개선에 대해 적극일지는 미지수다. 이들도 지역 협회장 선거 때 대의원 확보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본전(?)을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찾고 있어 그다지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한 산하 협회장은 기자에게 "아직까지 협회로부터 선거 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 말은 정 회장이 소극적이라는 뜻 아니냐"라고 최상위 결정권자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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