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오랜만에 사직구장에 왔다. 올 시즌 개막 후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따진다면 거의 1년 만이다. 박기혁(롯데 자이언츠)은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16일 이후 333일만에 1군 복귀였다.
박기혁은 올 시즌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받았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치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고 감도 좋았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베테랑 박기혁의 그런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박기혁은 시범경기 개막을 이틀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에서 수비 도중 오른쪽 검지를 다쳤다. 지난 3월 6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이었다. 단순 타박상인 줄 알았지만 골절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기혁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 팀을 떠났다가 지난해 복귀했다. 그런데 역시 부상 때문에 힘든 시즌을 보냈다. 31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은 2할에 머물렀다. 그는 "부상 때문에 한 시즌을 그르쳤는데 올해도 그렇게 됐다"며 "운이 이렇게도 없는 건지 나도 참 답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담담하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박기혁은 "선발 출전 여부는 내겐 사치"라며 "백업을 나가든 벤치에 있든 상관 없다. 팀이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게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기혁이 병역 복무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뒤 문규현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그런데 문규현도 시즌 도중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젠 신본기가 대신하고 있다.
박기혁은 "(문)규현이의 부상 소식을 들었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규현이는 지난 시즌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잘 자리를 잡아간다고 봤는데 그렇게 돼버렸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박기혁은 "지금 상황에서 (신)본기가 더 편하게 수비할 수 있게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 내 몫"이라고 했다.
김시진 감독은 박기혁의 1군 콜업에 대해 "부상 회복 후 퓨처스(2군)리그에서 정상적으로 출전했다"며 "1군에 유격수 자원으로 신본기와 오승택이 있지만 (박)기혁이가 갖고 있는 경험이 필요했다. 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민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기혁은 "오랜만에 다시 사직구장에 오니까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생소한 느낌도 든다"고 웃었다. 그러나 그가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 돌아온 셈이다. 그는 "나를 응원하는 팬이 단 한 명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게 내가 할 일"이라며 "우선 과제는 이제 더 이상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박기혁은 16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8회말 박준서를 대신해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나왔다. 그는 9회초 수비 때는 유격수로 나와 오랜만에 사직구장에서 수비를 했다.
9회말 공격에서는 2사 1루에서 타석에도 나와 넥센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상대했다. 그러나 1루 주자 용덕한이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되는 바람에 경기가 종료됐다. 박기혁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복귀전이 된 셈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