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재영·이다영(이상 선명여고)은 중학교 시절부터 배구 관계자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둘은 쌍둥이 자매로 여고생이지만 지난해 처음 성인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차해원 감독(현 GS 칼텍스 코치)이 이끌던 대표팀에서 두 선수의 자리는 좁았다. 부상 탓도 있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출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은 지난 7월 말 대만에서 끝난 제17회 아시아여자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19세 이하)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김양수 감독(선명여고)이 이끈 청소년대표팀은 대회 3위를 차지했고 언니 이재영은 주전 레프트로 뛰며 대회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상을 받았다. 동생 이다영은 주전 세터로 활약해 베스트 세터에 뽑혔다.
둘은 지금은 이선구 감독(GS 칼텍스)이 지휘하는 성인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연달아 청소년과 성인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재영은 "괜찮다"고 웃는다. 아직 한창 뛸 나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14 월드그랑프리가 두 자매에게는 사실상 성인대표팀 데뷔전인 셈이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대표팀 연착륙에 성공했다. 특히 이재영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화성체육관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1주차 3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재영은 김연경(페네르바체) 김희진(IBK 기업은행)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재영은 상대 블로커에 맞서 주눅들지 않은 공격으로 3경기에서 47점을 올리며 경기당 평균 15.7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에 이어 대표팀 두 번째 공격 옵션 노릇을 잘해줬다. 이다영도 주전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의 휴식시간을 적절히 커버했다.
그런데 이들 자매의 활약에 고민에 빠진 이들이 있다. 바로 여자프로배구팀들이다. 특히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갈 팀으로 유력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그렇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모두 졸업반으로 이번 신인드래프트 대상자다. 그리고 둘 다 전체 1순위 지명 후보로 꼽힌다.
흥국생명은 세터 보강이 필요하다. 박성희, 곽유화, 주예나 등 레프트 자원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기대주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공격 자원 이재영을 지나치기엔 아쉽다. 여기에 얼마 전 끝난 2014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에서 신연경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레트르 전력에 구멍이 생겼다.
현대건설은 주전 세터 염혜선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다영보다는 이재영을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잘 뽑은 세터 한 명은 팀 미래를 책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다영을 쉽게 지나칠 순 없는 노릇이다.
드래프트 순번은 확률 추첨제로 결정된다. 그래서 지난 시즌 최하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에 앞서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드래프트에서는 구슬이 나오는 순서대로 지명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확률 높은 두 팀 외에 다른 팀이 1순위 지명권을 얻을 수도 있다. 4위 한국도로공사도 확률은 낮지만 1순위 지명권을 얻을 가능성은 있다.
예상 밖의 팀이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간 예는 있다. 지난 2007-08시즌 신인 드래프트였다. 당시 1순위 지명권 획득이 가장 유력했던 KT&G(현 KGC 인삼공사)는 구슬이 나온 순서에 한숨을 내뱉었다. GS 칼텍스의 구슬이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드래프트 최대어는 한일전산여고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꼽힌 배유나였다. 행운의 1순위 지명권을 얻은 GS 칼텍스는 주저 없이 배유나를 선택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또 어떤 이변이 연출될지, 1순위 지명권을 얻는 팀이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대표팀은 그랑프리 2주차 브라질 상파울루 원정에 나서기 위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대표팀은 이날 밤 11시 55분 비행기를 통해 두바이로 가 상파울루행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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