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또 한 번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게 될 것인가.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5일 네덜란드로 조용히 출국했다. 새로운 대표팀 감독 영입을 위해서다. 현재로서는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전 함부르크SV 감독이 협상 대상자로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의 네덜란드 출국길에는 협회 김동대 국제담당 부회장과 전한진 국제국 팀장도 동행했다. 이 위원장이 감독 후보를 정한 것이고 협상 전면에는 김 부회장과 전 팀장이 나서게 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이 모를 정도로 조용히 떠났다"라며 극소수의 인원이 신중하게 감독 협상 작업에 돌입했음을 전했다.
그동안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이 위원장이 제시한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군의 기준에서 1순위로 꼽혀왔다. 지난 2008년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2010 남아공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또, 페예노르트(네덜란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함부르크(이상 독일) 등 명문 클럽팀 감독을 맡은 경험도 있다. 영어 구사도 큰 문제가 없는 등 조건도 훌륭하다.
물론 판 마르베이크 감독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은 교차한다. 판 마르베이크는 2001~2002 시즌 페예노르트를 유럽축구연맹(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서는 8강전 브라질, 4강전 우루과이 등 강적들을 실리축구로 꺾는 능력을 보여줬다.
판 마르베이크는 2008년 네덜란드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전원 수비, 전원 공격으로 잘 알려진 '토털사커'를 던져버렸다. '실리축구'로 대표되는 이기는 축구를 목표로 제시했고 당시 골잡이였던 뤼트 판 니스텔루이를 대표팀에서 탈락시키는 등 나름 신선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단기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전술적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후 4년 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에서는 실리축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가 네덜란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지속적 변화에 다소 둔감하고 고집스럽다는 평가도 있다. 판 마르베이크는 2013~2014 시즌 함부르크를 맡았다. 선수단 장악에 실패한 토르스텐 핑크 감독에 이어 지난해 9월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수비 조직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팀 창단 후 첫 강등 위기에 몰렸다. 결국, 판 마르베이크는 경질됐다.
장, 단점이 뚜렷한 지도자라는 점은 현안이 산적해 있는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거스 히딩크 감독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지녔고 자기 전술도 있다는 평가다. 만약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영입이 확정되면 한국은 히딩크-요하네스 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 감독에 이어 다섯 번째로 네덜란드 출신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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