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스포츠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관전의 관점으로 보면 다르다. 비라도 오면 흥행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관중 끌어모으기가 최대의 관심인 프로축구계에서 날씨는 민감한 문제다. 비가 오면 찾지 않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우천시에도 경기를 치른다는 문자를 넣는 등 큰 문제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홍보한다.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흥행구단인 수원은 올 시즌 날씨가 밉기만하다. 올 시즌 유독 날씨가 수원을 돕지 않고 있다.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3, 4월에는 날씨가 맑았지만 월드컵 휴식기 이후 치른 홈 4경기 날씨는 그야말로 최악에 가까웠다.
여름에는 관중이 늘어나는 기간이라 수원도 최대한 홍보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홈 경기마다 날씨가 속을 썩히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휴식기 이후 치른 홈 4경기 날씨는 흐리거나(3경기), 비(1경기)가 왔다.
프런트 입장에서는 열이 받을만 하다. 올 시즌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전환된 뒤 생존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해답은 관중 모으기였다. 스폰서 노출 등 모든 중심에는 관중을 많이 찾게 만드는 팀으로의 변화다.
그래서 최원창 운영팀 차장은 경기 전 본부석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깥 상황을 살핀다. 서문과 북문 출입구로 향하는 팬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1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는 비가 내려도 1만7천155명이 찾았다. 경기를 앞두고 쏟아진 폭우라 돌아가는 관중도 꽤 됐다. 그래도 최 차장은 "다른 구단은 비가 내리면 관중 숫자가 줄어드는데 그래도 1만명이 넘어서 다행스럽다"라고 전했다. 월드컵 이후 4경기 평균 관중수는 1만8132명, 날씨가 좋지 않아도 수원의 축구를 보러 올 사람은 온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라운드는 어땠을까,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예보를 믿고 2만5천명 이상의 관중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올 시즌 수원은 최악의 날씨 운 가운데서도 9경기에서 18만403명의 관중이 찾았다. 평균 2만45명이 왔다. 지난 시즌 전체 평균보다 2천356명이 더 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 두 시부터 수원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수원 관계자는 "국지성 폭우같다. 클럽하우스 인근의 망포동에는 비가 안왔는데 경기장이 위치한 우만동에는 오더라"며 안타까워했다. 경기장 근처에 비가 오면 오려던 팬심이 집으로 돌아가기에 딱이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는 날씨가 최악이었다. 야속하게도 폭우는 경기가 시작하고 나서야 멈췄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센 바람에 천둥 번개가 양념처럼 쳤다. 쌍무지개가 뜨며 해가 나더니 먹구름이 몰려오는 등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됐다. 관중을 포기하고 승리를 얻어야 한다는 수원 프런트의 농담이 안타까운 넋두리처럼 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날 관중은 얼마나 찾았을까. 걱정과는 달리 1만3천838명이 찾았다. 비가 와도 네자릿수로 내려가지 않는 수원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상승세가 관중수에 나타난 것이다. '축구 수도'라는 별칭이 부끄럽지 않은 제주전이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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