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상위권에서 잘 버티고 있다. 여름이면 잦은 항공 이동에 더워지는 날씨로 제주도 연고팀의 애로를 톡톡히 겪고 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매 시즌 박경훈 감독은 "여름에 팀 사이클이 하락하는 것은 연구대상"이라며 고민을 거듭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는 제주 선수단은 지난 8일 수원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태풍 할롱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통상적으로 경기 하루 전 원정지에 도착하는 관례를 깨고 이틀 전인 8일 수원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수원전은 제주에 중요한 경기였다. 제주는 최근 10경기에서 4승6무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며 좋던 흐름이 끊겼다. 최소 3위를 확보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제주 입장에서는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수원도 마찬가지였다. 3연승을 거두다 전북 현대전에서 2-3으로 패하며 상승세가 끊겼다. 그래서 서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일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마침 박경훈 감독은 구세주를 만났다. 수원을 상대했던 전북 최강희 감독을 숙소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전북은 9일 성남FC와 원정 경기를 치렀는데 8일 오후 수원에 짐을 풀었다. 공교롭게도 제주와 전북의 숙소가 같은 곳이었다.
친분이 남다른 두 감독은 축구 이야기를 나누며 모처럼 여유를 즐겼다. 자연스럽게 박 감독은 수원전을 먼저 치렀던 최 감독에게 승리 해법을 묻게 됐다. 누구보다 수원에 대한 승리욕이 강한 최 감독의 수원 격파 비기 전수는 박 감독에게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신이 지도했던 수원의 산토스 봉쇄법이 화두였다. 산토스는 제주에서 세 시즌을 보내며 92경기에서 42골 20도움을 기록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19경기서 8골 1도움을 기록했고 올해는 16경기에서 7골 4도움으로 곧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북 최 감독은 수원전에서 권영진을 산토스 전담 수비수로 내세웠다. 권영진이 전반 초반 부상으로 나가자 곧바로 신형민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효과는 있었다. 산토스의 슈팅이 막히자 수원의 공격 루트는 한 쪽으로 쏠렸다. 산토스는 이날 김두현의 골에 도움을 기록했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서 수원의 2-3 패배를 지켜봤다.
힌트를 얻은 박경훈 감독은 이날 수원전에 오승범을 투입시켜 산토스를 철저히 막게 했다. 산토스의 플레이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오승범을 믿은 것이다. 경기 전 역시 제주에서 생활했던 수원의 배기종이 "산토스가 물이 올랐습니다"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갔다는 박 감독은 "상대의 마크에도 골을 잘 넣더라"라며 더욱 철저한 봉쇄를 예고했다.
기대대로 오승범은 산토스를 적극적으로 수비했다. 산토스는 단 1개의 슈팅만 기록한 뒤 후반 24분 권창훈과 교체돼 물러났다. 이쯤되면 최 감독의 '특별 과외(?)'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제주는 수원 김은선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수원의 골문을 허무는 법까지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제주가 승리까지 따랐다면 완벽했을 최 감독의 과외였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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