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올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타순을 보면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명타자 자리다.
보통 특정 선수가 지명타자를 맡는 경우가 많지만 넥센의 경우 그 자리를 탄력적으로 활용한다.
넥센은 최근들어 주전 선수들 중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선수에게 지명타자를 맡긴다. 물론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지명타자 자리를 이용해 휴식을 주는 편이 많다. 지난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는 이택근이 지명타자로 나왔다. 대신 중견수 수비는 유한준이 봤고 우익수에는 이성열이 들어갔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번에는 (이)택근이가 쉴 차례였다"며 웃었다. 올 시즌 넥센에서 지명타자로 나선 선수는 이택근을 비롯해 박병호, 유한준, 김민성, 윤석민, 이성열 등이다. 많아야 한 두명이 지명타자로 나오는 다른 팀들에 비해 많은 숫자다.
넥센이 이렇게 지명타자를 활용하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유가 있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고른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고 백업 멤버가 강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기존 야수들 중에서 강정호와 서건창이 가장 못 쉬었다"며 "정규시즌과 같은 장기 레이스에서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더위가 한 풀 꺾이긴했지만 아직 여름이 지나가진 않았다. 무더위에 지친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지명타자를 이용하는 게 좋다.
지명타자로 뛸 선수는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매일 올리는 보고서에 따른다. 염 감독은 "아무래도 선수들 개개인의 몸상태를 이 코치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며 "예를 들자면 (강)정호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김)민성이를 유격수로 기용하고 대신 정호가 지명타자로 나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3루수 자리가 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안된다. 윤석민이 그자리에 뛰면 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윤)석민의 경우 '주전 같은 백업' 선수라 보면 된다"고 했다. 윤석민은 9일 기준으로 77경기에 출전했다. 현재 팀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선수들 중 포수 허도환(81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전 횟수를 자랑한다.
윤석민은 3루수 뿐 아니라 1루 수비도 가능하다. 현재 퓨처스(2군) 리그에 있는 서동욱과 함께 팀내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로 꼽힌다. 윤석민이 1루수로 나설 경우 박병호가 지명타자로 나올 수 있다. 염 감독은 "지명타자를 특정선수로 고정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체력 보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강정호와 서건창의 뒤를 받칠 선수도 이미 준비돼 있다. 둘에 비해 공격력이 아쉽긴 하지만 김하성과 김지수가 있다. 염 감독은 "(김)하성이와 (김)지수도 쓰임새가 많다. (김)민성이가 나오는 3루까지 커버가 가능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주전들의 체력 관리와 백업 자원이 풍부한 부분이 올 시즌 넥센이 2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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