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1경기 무승(4무7패)으로 가라앉았던 부산 아이파크가 지난 17일 성남FC를 4-2로 꺾고 실로 오랜만에 승리를 맛봤다. 더군다나 올 시즌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이겨 화끈하게 일어섰다.
물론 아직 완벽한 반전은 아니다. 부산은 승점 19점으로 강등 탈출권인 10위에 턱걸이해 있다. 강등권인 11위 성남FC(18점)와는 불과 1점 차이다. 불안한 위치이지만 윗 순위를 살펴보면 8위 상주 상무(21점)까지는 도토리 키재기여서 얼마든지 생존 가능성은 있다.
하위권 팀들은 모두 클래식 잔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상주부터 꼴찌 경남FC(18점)까지 어느 팀도 희망을 버릴 이유가 없다. 부산 입장에서는 11경기 무승에 그치는 동안 승점 4점만 얻은 것이 그야말로 통탄할 노릇이다.
부산은 지난해 상위 스플릿인 6위로 마감했다. 부산 입장에서 현 상황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어두운 무승의 터널을 빠져 나오는 과정이 너무 길어 선수단이나 프런트 모두 지쳐버렸다. 한 프런트는 "입사 후 이렇게 승리가 갈급했던 적은 처음이다. (무승 기간이) 너무나 길었다"라며 답답했던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익명의 한 선수는 "식사를 할 때마다 왜 우리팀이 안되는지 생각하다보니 답답해서 소화가 안 될 지경이었다.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것도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왜 힘없이 상대에게 굴복하느냐였다"라며 심한 자책감에 빠져 있었음을 전했다.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어리다보니 한 번 패하면 후유증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 침체가 길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패배의식이 점점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울림이 큰 한 마디가 부산 선수들을 깨웠다. 김원동 사장이 선수들을 강하게 자극한 것이다. 김 사장은 "너희들이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니다"라며 순위를 끌어올려 제자리로 올라서기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김 사장은 선수들이 가진 근성만 제대로 발휘해도 부산이 충분히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산 특유의 끈끈함만 보여주면 된다는 것이다. 올 1월 태국 전지훈련에서 독을 품고 훈련에만 집중했던 때만 떠올려도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윤성효 감독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묵묵히 지켜보며 지원을 해오다 꼭 필요할 때 선수들에게 딱 한마디를 던져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윤성효 감독이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윤 감독은 올 시즌 빠듯한 살림 속에서도 효율적으로 선수들을 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며 주전감으로 키우기에 열을 올렸다. 윤 감독은 성남전서 무승 사슬을 끊은 후 "고비를 넘겼다"며 반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구단 수뇌부부터 선수들까지 모두가 깨어난 부산이 어렵게 잡은 반전의 계기를 얼마나 상승세로 연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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