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절실한 처지의 두 외국인 투수가 맞붙어 멋진 투수전을 연출했다.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마야(33)와 NC 다이노스 에릭(30)이다.
마야와 에릭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경기에 양 팀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맞대결을 펼쳤다. 마야는 7.2이닝 1실점, 에릭은 7이닝 1실점(비자책)을 각각 기록하며 호투했다. 하지만 결국 두 투수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목적했던 승리투수 역시 누구도 따낼 수 없었다. 나란히 1-1 동점인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마야는 볼스테드의 대체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볼스테드가 5승7패 평균자책점 6.21의 성적에 그치자 과감히 퇴출을 결정하고 새로 영입한 투수가 바로 마야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에 메이저리그 경력까지 있어 큰 기대를 모았다.
마야에게는 이날 등판이 매우 중요했다. 앞선 4차례의 등판에서 별다른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 마야 개인적으로 내년 시즌 재계약을 위해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었다. 사실 앞선 등판에서 불의의 부상 등 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주는 법이다.
두산으로서도 마야가 제 몫을 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은 5위로 밀린 채 4위 LG를 1경기 차로 뒤쫓고 있었다. 전날 NC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에 이날 경기는 두산에게 더더욱 놓칠 수 없는 한 판이었다.
에릭 역시 상대를 배려(?)할 입장이 못 됐다. NC는 5연승을 질주하고 있었지만, 에릭 개인적으로는 무려 11경기 째 승리가 없었기 때문. 이날 에릭은 '11전12기'를 노리고 마운드에 섰다. NC 역시 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2.5경기 차로 뒤져 있던 2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했다.
에릭이 지난 6월17일 롯데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8승을 기록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9승 째를 올리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 때까지 에릭은 개막 후 13경기에서 패배 없이 개인 7연승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11경기에서는 거꾸로 승리 없이 4패만을 떠안았다.
절실한 처지의 두 남자는 나란히 1회 한 점씩을 내줬다. 마야가 먼저 1회초 박민우,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맞은 1사 1,3루 위기에서 테임즈의 희생 플라이로 실점했다. 에릭도 1회말 최주환을 실책으로 내보낸 뒤 김현수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두 투수의 실점은 1회가 마지막이었다. 2회부터는 전광판에 0을 새겨나가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추가 실점의 위기도 없었다. 5회말 두산 민병헌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것을 제외하면 두 투수 모두 한 번도 선두타자의 출루를 허용치 않았다. 마야는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2사 후 이호준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이용찬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에릭은 7회말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두 투수 모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에릭은 미소지을 수 있었다. NC가 9회초 상대 폭투로 결승점을 올리며 2-1로 승리했기 때문. 반면 마야는 자신의 호투에도 팀의 2연패를 지켜보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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