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황병일 두산 2군 감독은 이틀에 한 번 씩 산을 탄다. 산책겸 오르는 동네 야산이 아니다. 해발 600m에 달하는 원적산이 그의 행선지다. 경기도 이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주말이면 인파가 몰려드는 곳이다.
원적산은 무척 가파르다. "조금도 쉴 곳이 없다. 시작부터 정상까지 경사가 이어진다. 숨이 턱턱막힌다. 정상에 오르면 기진맥진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이 힘든 산타기를 자청하는 이유는 물론 자신의 체력관리 차원이 아니다. 재활조 선수들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올 시즌 2군 감독을 맡은 황 감독은 선수단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발견했다. 기존 선수들이야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훈련과 경기를 반복하면 되지만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 하는 재활조는 특별히 터치하기가 어려웠다. 훈련을 해도 정해진 강도 내에서만 해야 하니 보기에 답답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황 감독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선수들을 이끌었다. "우리 이러지 말고, 산에 올라가자. 이틀에 한 번씩만 등반해도 충분하다. 하체도 강화되고 유산소 운동도 된다"며 산행을 독려했다.
"큰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태해질 수 있는 재활조 선수들의 자세를 다잡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수들도 산행을 시작하기 전보다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무려 550억원을 투자해 지난 6월 개장한 베어스파크는 최첨단 운동 시설로 가득하다. 이곳의 자랑인 아쿠아 치료실은 벌써부터 많은 부상선수들이 이용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종진 트레이너는 "수중 훈련은 지상 훈련에 비해 효과가 배 이상이다. 물의 저항력을 이겨내야 해 재활에는 안성마춤이다"며 특히 아쿠아 치료실은 물살의 강도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어 여러 상황에 맞춘 훈련이 가능하다. 시작한지 얼만 안 됐으니 정확한 효과를 분석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수단 식사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과거 손맛 좋은 주방장에게 선수단 식사를 오랫동안 맡긴 두산은 최근 들어 정식 케이터링 업체와 계약해 선수단의 3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잠실구장 선수단 식당처럼 외부 업체가 계절별, 끼니별로 다른 식단을 개발해 선수단에 제공한다. 영양과 위생의 측면에서 한결 수준이 높아졌다는 내부 평가다.
김정균 2군 운영팀장은 "이곳에서 합숙하는 선수와 코치들이 있다 보니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호텔 레스토랑급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수준급 시설을 갖췄지만 중요한 것은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황 감독도 이 점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정작 운영을 제대로 못하면 끝이다. 2군은 결국 언제든지 1군에 진입할 수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는 곳"이라며 "선수들은 물론 우리 지도자들도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강력한 2군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결국 프로야구단이 장기적인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2군에 투자하고, 신경써줘야 한다"며 "최근 들어 각 구단이 대대적으로 2군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참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두산 2군의 가장 큰 강점은 코칭스태프의 단결력이다. 황 감독을 비롯해 송재박, 강흠덕, 최해명, 권명철, 문동환, 강성우, 강동우 코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선수들을 강하게 단련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애로를 받아줄 만큼 돈독한 정으로 뭉쳐 있다. 시즌 도중 일부 보직 이동이 있었지만 선수들도 '믿고 따를 수 있는 코칭스태프'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이런 황 감독도 걱정이 있다. "그간 선수들이 참 많이 배출돼 올라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넘쳐나던 자원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며 "2군 육성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오늘도 산행을 앞둔 황 감독은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천=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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