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장에 들어서면 열심히 뛰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열심히 뛰어야 한다. 국가대표팀, 프로 선수, 아마추어 선수 모두에게 적용되는 스포츠 선수의 '기본'이다. 열심히 뛰지 않으면 선수가 아니다. 선수들에게 '열심히 뛸 것인가?'라고 묻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열심히 뛸 것인가?'라고 물어봐야만 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이다. 왜 그들에게 이런 기본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 그들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축구대표팀을 지켜본 이들은 같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열심히 뛰지 않았다고.'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의 모습이 그랬다. 물론 실력이 모자라 질 수는 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적 강호들을 줄줄이 만나니 질 수도 있다. 여전히 세계 축구의 변방에 있는 한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세계 무대 상위권 성적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이다.
한국은 1무2패, 조 꼴찌로 16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럴 수 있다. 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이 큰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성적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 대표팀은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다. 역대 최악의 월드컵 대표팀이라는 질타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왜,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그렇게 비난을 받아야만 했을까.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하지만 이전에는 예선탈락해도 박수를 받았다. 2014 월드컵 대표팀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일까. 국민들의 수준과 눈높이가 높아진 것일까. 아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같았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같았다. 그런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성적이 아니었다. 대표팀의 '의지'였다. 그들의 마음가짐이었다. 국민들의 눈에는 대표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겉멋이 들어 투혼 따위는 저버린 것만 같았다. 알제리전 2-4 참패에 이어 1명이 많은 수적 우세 속에서도 벨기에에 무기력하게 패배한 모습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16강에 오르지 못했어도 박수 받았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더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투혼을 불살랐다. 붕대를 칭칭 감고도 뛰었고, 다리 근육이 뭉쳐 쓰러질 때까지 뛰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뛰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보다 더 열심히 뛰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태극마크를 단 그들은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뛰었다.
그런 모습에서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지더라도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당당한 패배였고 아름다운 탈락이었다. 국가대표의 품격, 태극마크의 자긍심을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한 것이다. 어떻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2014 월드컵 대표팀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가대표의 품격은 사라졌고 태극마크의 가치는 하락했다. 열심히 뛰지 않는, 기본이 돼 있지 않은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내렸기에 역대 최악의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끝났다. 무기력했던 대표팀으로 인해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졌다. 기대감도 낮아졌다. 이제 한국 축구 대표팀은 다시 신뢰를 찾아야 한다. 기대감을 높여야 한다. 국민들의 대표팀이 돼야 하고, 국가를 위해 뛰는 자긍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태극마크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
한국대표팀은 오는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 2연전을 벌인다. 친선경기지만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경기다. 월드컵이 끝난 후 열리는 첫 번째 A매치다. 이번 2연전도 월드컵처럼 해버린다면 국민들은 영원히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대표팀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만 지키면 된다. 열심히 뛰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감동할 수 있도록, 뜨거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걸고 뛰라는 것이다. 패배를 하더라도 박수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베테랑 수비수로 대표팀에 복귀한 차두리(34, FC서울) 역시 기본을 강조했다. 차두리는 2연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그리고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기는 경기, 질 높은 경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감독님도 없고 현재 대표팀 사기도 분위기도 그렇다. 지금은 승패를 떠나 열심히 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영광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고 경기장에서 90분 동안 뛰어야 한다. 태극마크를 큰 선물이라 생각하고 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2연전을 통해 축구팬들이 원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좋은 결과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는 팬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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