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한신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방망이를 잡았다. 오승환의 일본 진출 당시 현지 언론이 호기심을 갖고 기대했던 '타자 오승환'의 모습이 드디어 공개됐다.
오승환은 21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홈경기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오승환은 9회초 세 명의 타자를 삼진과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3-3 동점으로 연장 분위기가 무르익자 연장 등판을 위해 9회말 자신의 타석이 돌아왔을 때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 섰다. 오승환은 주니치 구원투수 후쿠타니 고지의 초구를 공략해 2루수 쪽 안타를 때렸다. 2루수가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했으나 공이 높게 들어갔고, 오승환은 세이프됐다.
오승환은 우메노 류타 타석에서 투수 악송구로 3루까지 달리며 주루 능력도 입증했다. 그러나 세키모토 겐타가 2루수 앞 땅볼에 그쳐 홈을 밟을 기회는 없었다. 끝내기 득점주자가 될 기회가 아쉽게 날아간 것.
연장 10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세 명의 타자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우고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이어 등판한 사이우치 히로아키가 11회초 실점을 허용해 한신은 3-4로 패했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오승환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86으로 낮췄다.
무엇보다 '타자 오승환'이 흥미로웠다. 일본 언론은 오승환의 한신 입단 당시 "10년 이상 배트를 잡지 않았다"면서 놀라워했다. 한신이 속한 센트럴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오승환은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물론 짧게 던지는 마무리투수의 특성상 타석에 들어설 일은 거의 없긴 하지만 타격할 경우를 대비해둬야 했던 것. 그리고 시즌 막판 드디어 방망이를 든 오승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22일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오승환이 긴장한 모습으로 타석에 섰다. 오승환이 한일 통산 프로 첫 타석에 들어서 끝내기 찬스를 맞았다"고 전했다.
9회초 종료 후 코치진으로부터 "9회 2사 후 주자가 없다면 타석에 나갈 수도 있다"는 지시를 이미 받았던 오승환은 니시오카 쓰요시의 배트를 빌려 들고 나가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경기 후 오승환은 "공을 1개밖에 안 봤다. 순식간에 끝났다"고 말했다. 통역은 오승환의 첫 안타 기념구와 방망이를 챙겨줬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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