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 이광종호. 8강 상대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라이벌이다. 그리고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두 팀은 그동안 치열하게 맞붙었다. 또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어떤 스포츠 종목에서 만나건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만 하는 운명이다. 한국이 일본에 절대 질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일본을 이광종호는 아시안게임 8강에서 만난다. 두 팀 모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팀이다. 그런데 8강에서 만났다. 두 팀 중 한 팀은 8강에서 짐을 싸야 한다. 한국과 일본. 너무 일찍 만난 것일까.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을 일찍 만난 것이 불편할 수 있겠으나, 한국은 아니다. 오히려 8강에서 일본을 만난 것이 '고맙다', 그리고 '다행'이다.
일단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라이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한국의 '압승'이었다. 한국이 승리하고 일본이 패배하는 것,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나면 나오는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3차전에서 한국과 일본은 아시안게임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조윤옥의 선제 결승골로 한국의 1-0 승리.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일본에 압도적인 흐름을 시작한 곳이 자카르타였다.
1970년 방콕 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은 정강자와 박이천의 연속골로 일본을 2-1로 격파했다. 1978년 방콕 대회 조별예선 3차전에서는 이영무-박성화-오석재가 골폭죽을 터뜨리며 3-0 대승을 거뒀다.
1982년 뉴델리 대회 본선에서 한국은 일본에 첫 패배를 당했다. 일본의 기무라와 가네다에 골을 허용하며 1-2 패배. 일본전 패배로 한국은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 패배가 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 일본전 패배였다. 이후 한국은 다시 독을 품었고, 단 한 번도 일본에 패배하지 않았다. 오직 승전고만 울렸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8강에서 한국은 유상철의 1골과 황선홍의 2골에 힘입어 일본을 3-2로 격파했다. 일본의 안방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한국은 3골을 넣으며 일본을 침몰시켰다. 일본의 자존심도 함께 침몰했다. 그리고 1998년 방콕 대회 2차 리그 1차전에서 만난 일본을 독수리 최용수의 2골로 2-0 승리로 무너뜨렸다.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6번 만나 5승1패를 거뒀다. 압도적 승률이다. 그리고 12골을 넣었고 5실점을 허용했다. 기록 면에서도 모자랄 것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이렇듯 아시안게임에서 만나는 일본은 라이벌이 아닌 그냥 스쳐가는 과정일 뿐, 한국 승리의 '제물'에 불과했다.
이번에 8강에서 일본을 만나 고마운 이유는 또 있다. 이광종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만 만나면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나온다. 그 힘은 절대적이다. 한국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시킨다. 모두가 '전사'가 된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힘으로 일본을 침몰시킨다.
지금 이광종호에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4연승으로 8강까지 올랐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특히 조직력, 골 결정력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만난다.
일본을 상대로는 더 강해진 정신력과 투지로,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경기력, 골 결정력, 조직력이 달라질 수 있다. 더욱 강해지고, 더욱 매력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된 힘으로 일본을 격파한다면 다음 단계 역시 수월해진다. 일본전 승리의 기세로 4강을 넘어 결승까지, 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 축구가 8강에서 만난 일본, 그래서 고맙다.
조이뉴스24 인천=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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