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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카세 료와 시사회 의상 상의했더니"(인터뷰)


'바람의 언덕' 홍상수 감독과 작업, 카세 료와 호흡 돌이켜

[권혜림기자] 영화 '자유의 언덕'(감독 홍상수/제작 영화제작전원사)은 홍상수 감독의 여느 영화들처럼 배우들의 민낯을 보는듯한 감흥을 안기는 작품이다. 즉흥적인 대본 작업으로 이뤄지는 홍 감독의 현장에서 배우는 캐릭터가, 캐릭터는 배우가 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한국에 온 일본 남성 모리(카세 료 분)를 비롯해 그와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되는 영선(문소리 분), 모리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며 친분을 쌓는 상원(김의성 분) 등 '자유의 언덕' 속 인물들은 어디선가 실제로 살아 숨쉬고 있을 것만 같은 묘한 감상을 안긴다.

영화 속 모리와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는 영선 역은 상업 영화와 작가주의적 작품들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문소리가 연기했다. 모리와 영선의 의사소통이 영어로 이뤄지는 만큼, 문소리 역시 많은 대사를 영어로 소화했다. 유창하면서도 현실적인 영어 발음에 배우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까지, 문소리의 영선은 극 중 어느 인물보다도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완성됐다.

조이뉴스24와 만난 문소리는 '자유의 언덕'을 "그냥 봐도 재밌는,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놨음에도 감정의 세기는 여전히 큰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슬프기도, 따뜻하기도 한 감정의 크기가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카세 료와 꽤 어울리는 커플이었다고 말하자, 문소리는 크게 웃어보인 뒤 "잘 어울렸다니 다행"이라며 "이제 몇 번 같이 누워도 보고 친하게 지내다보니 친구 같다"고 답했다. "카세 료와 영어로 연기한 장면들은, 영어를 못하는 척한 것이 아니라 정말 제가 구사하는 수준의 영어로 연기했었다"고도 돌이켰다.

"영어 연기라 조금 더 긴장하기도 했죠. 다른 배우들보다 훨씬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영어 대사가 그렇게 많은 분량이 나올 줄 몰랐는데, 예상을 못해서 조금 더 당황하기도 했고요. 재밌는 연기였어요,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해보니 다르게 연기를 생각하게 됐어요."

문소리는 한국어 연기에 익숙했던 자신에게 영어 연기가 어떤 경험이었는지 비유를 통해 풀어놨다. 그는 "음식을 먹는 건 똑같아도, 젓가락을 안 쓰던 사람에게 쓰라고 하면 힘들다"며 "그런데 젓가락질에만 정신이 팔리면 안된다. 중요한 건 이 음식을 맛있게 음미하고 먹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문소리는 지난 8월29일 진행된 영화의 언론·배급 시사에서 시선을 모았던 카세 료의 의상에 대해 말을 건네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카세 료는 푸른빛의 헐렁한 티셔츠에 흰색 면바지를 입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통상 배우들이 영화 공식석상에 한껏 단장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카세 료의 모습은 극 중 북촌을 배회하는 모리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미소를 자아냈다.

"시사회 전날, 카세 료에게 '내일 뭐 입고 갈거야?'라고 문자를 보냈었어요. 저도 의상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앙상블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랬더니 '미안한데 내가 옷이 별로 없어서 모리처럼 입고 갈거야. 알지?'라는 답이 왔죠.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선 입장을 위해 블랙 수트를 가져가야 하지만 시사회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응. 알겠어'라고 답했더니 '미안해'라고 하기에 '괜찮아' 했어요. 그 다음날 얼마나 고민이 되던지.(웃음) 그렇다고 저까지 영선처럼 입을 수는 없잖아요. 스타일리스트와 고민을 정말 많이 한 끝에 화장도 머리도 한듯 만듯한 모습으로 갔어요. 같이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웃음)"

홍상수 감독과는 이번이 네 번째 작업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하하하'(2009), '다른 나라에서'(2012)에 이어 또 한 번 홍 감독과 호흡했다. 문소리에게 홍 감독의 연출은 "굉장히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를 두고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공부되는 지점이 많다"며 "첫 번째론 좋기도 하지만 두 번째로는 본인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정직하고 솔직한 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알렸다.

"'하하하'에서도, '다른나라에서'도 그렇고,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연기를 저렇게 했어?'하고 생각해요. 당시의 내 상태와 대본이 합해진 결과물인데, 제가 알던 당시의 제 상태와 다른 경우가 있어서죠. 보통 영화 작업에선 시나리오가 있고 그에 대해 프리 프로덕션 때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런 얼굴 담고 싶다'는 상을 정해놓고 나아가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때는 얼굴이든 연기든 의도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홍 감독님과 작업에선 그런 게 전혀 없이, 툭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커요."

오는 10월2일 개막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소리는 1인3역의 영화인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영화제의 개막식 MC로 나서는 동시에 자신이 처음으로 연출한 단편 영화 '여배우'를 최초로 부산에서 공개하는 것. '여배우'는 와이드앵글-단편 쇼케이스 부문에서 상영된다. 여기에 대학원 과정에서 문소리가 조연출로 참여하고 류현경이 주연을 맡은 김래원 감독의 단편 영화 '이사' 역시 영화제에 초청됐다.

"제 단편이 상영되는 것보다 지난해 겨울 대학원 기초제작실습 수업에서 조연출을 맡은 '이사'가 초청된 것이 더 기분 좋아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연출도 하고 스태프도 하는데, 서로 품앗이를 하는 셈이에요. 저를 도와준 친구가 있어 저는 뭘 도와줄까, 캐스팅디렉터를 해줄까 하다 역할이 너무 작은 것 같아 조감독 일을 하기로 했죠. 그 친구는 내심 '진짜 현장에서 조감독 일을 하겠어?' 생각했겠지만, 전 삼일 밤낮을 악덕 조감독으로 일했어요.(웃음)"

카세 료와 문소리·정은채·서영화·김의성 등이 출연했다.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 부문에 초청 상영된 데 이어 지난 4일 개봉해 국내 스크린에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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