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NC 다이노스의 '100승 투수' 박명환(37)이 4년만의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NC는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박명환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미 지난 6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에서 "박명환에게 남은 시즌 선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명환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LG 트윈스 소속이던 2010년 7월10일 친정팀 두산 베어스전이었으며 당시 2.2이닝 4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날짜로 따지면 무려 1천552일만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박명환이 다시 선발 등판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박명환은 지난 1996년, 당시로는 흔치 않던 고졸 신인으로 OB(두산 전신)에 입단해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FA 자격으로 LG와 4년 간 4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의 장원삼(4년 60억원)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투수 FA의 최대 계약 규모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굴곡진 야구인생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5억원이던 연봉이 5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삭감액(4억5천만원), 삭감률(90%) 공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박명환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2007년 10승을 거둔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LG 구단에서 칼을 빼든 것이다.
이후 박명환은 2012년 LG에서 방출된 뒤 지난해 말 공개 테스트를 거쳐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고 연봉 5천만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성적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는 28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5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36을, 1군에서는 지난 6월4일 넥센전에서 복귀전을 갖는 등 3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0.00(1.2이닝 무자책)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음에도 선발 기회를 부여받은 것은 박명환의 경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박명환의 선발 기용에 대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위만 어느 정도 살아난다면 베테랑의 경험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내년 시즌 NC 마운드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8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점검한 박명환은 최근 구속도 시속 150㎞ 가까이 던질 정도로 많이 끌어올린 상태다. 이제는 1군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상대하는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발 등판은 박명환에게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NC도 사실상 3위가 확정됐기 때문에 박명환은 부담없이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할 수 있다.
박명환으로서는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하는 시기다. 올 시즌은 복귀 첫 시즌으로, 재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부터는 정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등판의 결과와 내용에 따라 내년 시즌 김경문 감독의 마운드 구상에 박명환의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100승을 올린 투수는 박명환을 포함해 21명 뿐이다. 그만큼 박명환은 무시할 수 없는 커리어를 가진 투수다. 그런 그가 1천552일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박명환이 오랜만에 서는 선발 마운드에서 어떤 피칭을 보여줄 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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