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서태지가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첫걸음'치고는 자연스럽게 예능프로그램에 녹아들었고, 유재석은 국민 MC답게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서태지의 첫걸음을 잘 이끌어냈다.
서태지가 9일 방송된 KBS2 '해피투게더3'에 출연했다. 새 앨범을 발표할 때 줄곧 '컴백쇼'라는 창구를 택했던 서태지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예능프로그램을 컴백 첫 프로그램으로 택한 건 신비주의를 벗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뚜껑을 열어 보니 서태지는 지난 20여년간 보여줬던 폐쇄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성대모사를 하는 서태지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날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1996년 은퇴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배우 이지아와의 이혼과 관련한 얘기부터 최근 배우 이은성과 결혼을 하게 된 풀스토리까지 개인사를 낱낱이 공개했다.
초반 유재석과의 1:1 대화때만 해도 다소 긴장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후 박미선, 조세호, 박명수까지 합류한 뒤부터는 편안해졌는지 MC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 받고 최홍만 성대모사까지 하는 등 의외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태지는 '난 알아요'가 잘 되고 스타병에 걸리진 않았냐는 MC의 질문에 "거의 황제병이었다"고 받아치는가 하면, 은퇴 선언을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 나이에 은퇴는 좀. 돌아간다면 잠정 중단정도로 할 것 같다"고 하는 등 솔직하고 유쾌했다. 또 이은성과의 첫 만남에 대해 "날 싫어했다더라"라고 하고, 딸 사진까지 공개하는 등 개인사를 공개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빌딩 재벌설', '아내 활동 제한설' 등 각종 루머를 비롯해 배우 이지아와의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건으로 시끄럽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 서태지의 이같은 변화는 결혼과 딸이 생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별 출연한 서태지의 '절친' 김종서는 "서태지라는 이미지를 지켜야 했고, 그걸 위해 포기할 게 많았다"며 "그런데 딸이 태어나니까 무장해제됐다. 예전엔 5분 걸려 갈 곳도 1시간을 준비해서 나가야 했는데 이젠 그냥 다닌다"고 했다.
김종서의 말에 서태지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아내와 딸을 위해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서태지는 1992년에 데뷔한 이래로 지금까지 '문화 대통령'으로 살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었고, 사생활이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해외 거주는 국내에선 회 한접시도 편히 먹을 수 없었다던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 스스로 신비주의를 택했다기보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비주의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태지는 이제 조금 용기를 냈다. "세상속으로 들어오라"는 박미선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세상에 꺼내놨다. "이제 연습하는 단계"라는 유재석의 말처럼 이제 한 발을 내딛었을 뿐이기도 하다.
서태지는 "오늘 많은 얘기를 한 것 같다. 많이라기보다 어쩌다 보니 제 속에 있던 얘기나 개인사를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며 "팬 여러분들에겐 제가 이번에 공백이 길었고 많은 사건도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9집으로 팬들과 더 친하게 보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