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누구보다 같이 뛰고 싶어했는데..."
오지환은 박경수에 대한 질문에 잠시 목이 잠겼다. LG 트윈스의 키스톤콤비를 이뤘던 오지환과 박경수, 그 중 박경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고대하던 포스트시즌 출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박경수는 지난 1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주루 플레이 중 허벅지 통증을 일으켰다. LG는 이날 극적으로 4위 자리를 확정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박경수는 부상이 심각해 18일 발표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경수의 부상 이탈을 누구보다 아쉬워한 것은 후배 오지환이었다. 둘은 유격수와 2루수로 키스톤콤비를 이루며 경기장 밖에서도 가깝게 지내던 절친한 사이. 박경수가 얼마나 포스트시즌 진출을 고대해왔는지 오지환은 잘 알고 있었다.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19일 창원 마산구장 LG 쪽 덕아웃. 오지환은 키스톤 파트너가 바뀌었다는 질문에 "많이 속상했다. 형이 얼마나 포스트시즌에 뛰고 싶어했는 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라며 "경수 형을 위해서라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오늘 헬멧에는 6번(박경수 등번호)을 새기고 뛸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지난 2003년 LG에 입단했다. 공교롭게 박경수가 입단한 2003년은 LG의 오랜 암흑기가 시작된 해였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마침내 지난해 감격스러운 가을잔치 티켓을 확보했지만, 때마침 박경수는 공익근무를 하고 있던 탓에 그 감동을 함께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이번에 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상문 감독도 박경수의 이탈을 아쉬워했다. 양 감독은 "공격보다도 수비에서 안정감이 박경수가 가장 낫다"며 "잘못하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도 못 뛸 수도 있다고 하더라.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길래 '치료 잘해라.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박경수와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그런 박경수의 아쉬움을 잘 알고 있는 오지환은 선배의 등번호를 헬멧에 새기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2번타자로 테이블세터진에 배치돼 임무가 막중해졌다. 오지환은 "최대한 출루를 많이 하고 수비도 과감하게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조이뉴스24 창원=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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