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기록을 통해 팀 전력이나 개인의 기량, 성향, 색깔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를 제대로 알기 위해 기록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역시 기록을 살펴보며 승패를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록이 단순히 참고자료에 불과할 때도 많다. 특히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부터 각종 기록이 뒤집히는 반전이 펼쳐졌다. 단기전은 '기록보다는 기세'의 싸움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류제국 vs 이재학, '천적'의 반전
19일 1차전 선발 투수는 LG 류제국, NC 이재학이었다. LG는 최종전까지 전력을 다하는 바람에 선발 투수를 고를 여력이 없어 로테이션 순서대로 류제국을 선택했다. 반면 NC는 일찌감치 3위를 확정, 여유가 넘치는 가운데 LG전에 가장 강한 이재학을 1차전 선발로 낙점했다.
선발 투수들의 상대전적만 따지면 1차전은 NC 쪽으로 크게 기우는 승부였다. 류제국이 NC전 3경기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5.00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에 반해 이재학은 LG전 5경기에 등판해 4승1패 평균자책점 2.59로 강세를 보였던 것.
특히 이재학은 LG전 마지막 등판이던 8월8일 경기에서 4.1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 전까지 4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하며 LG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이재학의 주무기 체인지업은 LG 타자들에게는 마구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1차전 결과는 정규시즌의 기록을 뒤집었다. 류제국이 4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한 반면, 이재학은 0.2이닝 5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다. 이는 곧 LG의 13-4 대승으로 이어졌다. NC는 믿었던 'LG 천적' 선발투수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반전에 울고 말았다.
◆LG가 소총부대? '홈런'의 반전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LG는 소총부대였다. 팀 홈런이 90개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1위 넥센(199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팀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가 이병규(7번)로, 1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반면 NC는 143개의 홈런으로 팀 홈런 3위에 올랐다. '30홈런 듀오' 테임즈(37개)-나성범(30개)을 비롯해 이호준이 23개의 홈런을 때렸고, 모창민도 16개의 대포를 쏘아올렸다. 자연히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장타력에서는 NC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1차전에서 홈런으로 재미를 본 팀은 오히려 LG였다. LG는 1회초 이재학에게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3점을 선취한 뒤 최경철이 NC 두 번째 투수 웨버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포를 작렬시키며 6-0으로 달아났다. 최경철의 홈런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경철에 이어 박용택도 5회초 8-1로 점수 차를 벌리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NC에서도 2회말 나성범, 9회말 이호준이 솔로홈런을 신고했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홈런이었다. 이날 나란히 2개 씩의 홈런을 주고받은 양 팀이지만, 홈런의 영양가 면에서는 확실히 LG가 앞섰다.
◆스나이더가 도루를…'발야구'의 반전
발야구에서도 반전이 일어났다. 발야구 역시 NC가 LG보다 앞선다고 여겨지던 부문. 그러나 1차전, 주루 플레이에서도 돋보인 팀은 NC가 아닌 LG였다.
LG는 1회초 6점을 선취한 뒤 2회말 나성범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6-1로 쫓겼다. 아직 경기 초반이라 점수 차가 더 좁혀진다면 LG로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LG는 3회초 곧바로 달아나는 점수를 뽑아내며 NC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스나이더의 발이 득점을 만들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 스나이더는 기습적으로 2루 도루를 시도한 뒤 포수 송구가 뒤로 빠지는 틈을 타 3루까지 안착했다. 이어 김용의의 내야안타 때 홈을 밟으며 득점, 7-1로 점수 차를 벌렸다. 경기 후 양상문 감독도 "굉장히 의미있는 득점이었다"고 스나이더의 주루 플레이에 의한 득점을 칭찬했다.
반면 NC는 3회말과 7회말, 가장 믿음직한 주자인 김종호와 이상호가 상대 폭투가 나온 사이 1루에서 2루로 뛰다 아웃카운트만 늘리고 말았다. NC의 빠른발에 바짝 긴장하고 대비하고 있던 포수 최경철의 재빠른 송구가 김종호와 이상호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올 시즌 NC는 154개(2위)의 도루를 기록했다. 박민우가 무려 50번이나 베이스를 훔치며 삼성 김상수(53개)에 이어 도루 2위에 올랐고, 지난해 도루왕 김종호는 22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종욱(15개), 나성범(14개), 모창민(14개), 테임즈(11개), 이상호(11개) 등 7명이나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발야구로 웃은 쪽은 105도루로 팀 도루 6위에 그친 LG였다. 특히 정규시즌 도루가 없었던 스나이더가 상대 허를 찌르는 도루를 성공시키며 NC 베터리를 무너뜨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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