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누군가는 팽팽한 흐름을 깨야 한다. 큰 경기에는 수비와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종종 탄생한다. 흔히 '미친 선수'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번 LG-NC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치른 미디어데이. 양상문 LG 감독은 팀 키플레이어를 예상해 달라는 요청에 "스나이더가 미쳐서 마산구장에서 홈런 2∼3개를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 대표로 참석한 주장 이진영도 스나이더를 지목했다. 이진영은 "스나이더가 왠지 잘할 것 같다. 전에는 터무니없는 공에 헛스윙을 했는데, 최근 경기 컨디션이 올라온 것 같다. 스나이더는 누구 못지 은 파워를 갖고 있다. 만약 터진다면 제일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과 이진영의 예상이 적중했다. 스나이더는 1차전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스나이더는 3회 2사 후 우전안타를 때린 뒤 도루까지 시도해 성공했다. 포수 실책이 겹쳐 3루까지 달렸고, 김용의의 내야 안타로 득점을 올렸다. 5회에는 1사 1루에서 우전안타를 때렸고, 7회에는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8회 만루 찬스에서는 중전 적시타를 날려 달아나는 점수도 올렸다.
LG는 스나이더의 활약을 더해 1차전을 13-4로 승리하고 기선을 제압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상대가 스나이더의 도루에 전혀 대비를 안 한 것 같다. 그 도망가는 점수가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의 방망이는 22일 열린 2차전에서도 뜨거웠다. 첫 타석이던 2회초 1사 후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걸어나갔던 스나이더는 1-0으로 앞서던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으로 LG에 귀중한 추가점을 안겼다. 스나이더는 이병규(7번)의 볼넷으로 만든 4회초 1사 1루에서 NC 선발 투수 에릭의 3구째 141㎞ 높은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조쉬벨의 대체 선수로 입단해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에 그쳤던 스나이더였기에 사실 그에게 걸었던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 맹타로 자신의 가치를 드디어 드러냈다.
최경철도 '미쳤다'. 1차전에서는 MVP에 빛나는 활약이었다. 최경철은 팀이 3-0으로 앞서고 있던 1회초 2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웨버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포를 뽑아냈다. 6-0으로 달아나는 추가점이었다. 수비에서도 두 차례나 상대의 2루 진루 시도를 저지하면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최경철의 활약은 2차전까지 이어졌다. 2회초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간 최경철은 3-0으로 앞선 4회 1사 2루에서 절묘한 번트안타에 성공했다. 에릭의 2구째 공에 기습번트를 댔고, 투수와 1루수 사이에 떨어진 공을 누구도 잡지 못해 안타가 됐다. 에릭은 최경철에게 안타를 내준 뒤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임창민으로 교체됐다.
6회 2사 후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때린 최경철은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전안타를 추가하면서 3안타 맹타로 달아오른 타격감을 입증했다.
2할1푼대 타자와 포수의 불방망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시나리오였다. 둘이 미친 가운데 LG는 이날 2차전도 4-2로 이겨 2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 남겨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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