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박철우(삼성화재)가 프로배구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겼다. 박철우는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4-15시즌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와 홈경기에 나와 18점을 올렸다.
박철우는 33점을 올린 레오와 함께 이날 삼성화재의 쌍포로 제역할을 했다.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에게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지난 21일 OK저축은행에게 당한 1-3 패배 충격에서 벗어났다.
박철우는 2세트 20-9로 여유있게 리드하고 있던 상황에서 세터 유광우의 토스를 받아 후위 공격으로 득점을 올렸다. 이경수(LIG 손해보험)에 이어 국내 선수로는 V리그에서 두 번째로 공격 득점으로만 3천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박철우는 3세트에서 공격득점 4점을 더 올리고 이날 경기를 마쳤다. 그는 프로 원년이던 지난 2005년 2월 22일 열린 상무와 경기에서 첫 공격득점을 올린 이후 3천점 고지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공교롭게도 박철우가 첫 공격득점을 기록한 곳도 대전 충무체육관이었다. 당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박철우는 상무전에서 4세트 선발 라이트로 나와 8-10으로 팀이 끌려가는 가운데 센터 윤봉우의 토스를 오픈 공격으로 성공해 점수를 뽑았다. 이날이 사실상 프로 데뷔전이나 다름 없었던 그는 8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의 3-2 승리에 작은 도움을 줬다.
이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박철우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유니폼도 삼성화재로 바꿔 입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 가족의 가장도 됐다.
박철우는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더이상 기대주도 아니고 한국남자배구의 왼손 거포 계보를 이을 선수가 아니라는 박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철우는 묵묵히 코트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고 블로킹을 하기 위해 점프를 했고 수비를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이룬 기록이 바로 공격득점 3천점이다. 박철우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특별한 느낌은 없다"며 "2004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뒤 삼성화재를 거치며 뛰다 보니 기록이 만들어졌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혼자 만든 공격점수가 아니다"라며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에서 뛰는 동안 정말 좋은 세터와 선, 후배들을 만난 행운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팀과 훌룡한 동료들과 함께 배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라고 함께 뛰었던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현대캐피탈 시절에는 권영민, 삼성화재에선 유광우와 손발을 맞췄다. 특히 권영민이 박철우에게 보내는 C퀵 토스는 '알고도 못막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점을 보였다.
한편, 박철우는 군입대(공익근무요원)가 잠시 뒤로 미뤄졌다. 원래는 지난 23일에 훈련소에 입소해야 했다. 그는 오프시즌 동안 주소지를 팀 숙소와 전용체육관이 있는 경기도 용인과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관할 병무청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근무지도 바뀌게 됐다.
행정절차 등이 뒤로 밀려 입소일이 오는 11월 27일로 연기됐다. 박철우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소 입소 직전까지 팀이 치르는 경기에 모두 뛰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따라서 오는 11월 25일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LIG 손해보험전까지 이번 시즌 7경기를 더 뛰고 입대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 내겐 7경기가 남아 있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코트에서 땀 흘린 뒤 입대를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철우의 입대 연기로 삼성화재는 2라운드 중반까지는 선수 운용에 여유가 생겼다. 시즌 초반 순위 경쟁에서 쉽게 밀려나지 않을 든든한 버팀목이 좀더 팀을 지켜주게 된 셈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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