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걸스데이는 지난해 '기대해'에 이어 올해 '썸씽'으로 국내 최고 걸그룹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2010년 데뷔했으니 무려 5년 만에 빛을 봤다. 요즘 들어 길어졌다고는 하나 5년은 아이돌그룹의 수명으로 여겨지는 기간이다. 걸스데이의 성공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중소기획사에서 성공시킨 몇 안 되는 그룹 중 하나인데다 회사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걸스데이의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이종석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이다. 수십년 '이 바닥'에 종사했던 이들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은 아이돌이기에 비전문인이었던 그가 더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컨설턴트 출신다운 투철한 상황 분석과 그걸 바탕으로 한 냉철한 판단, 그리고 신속한 추진력으로 '금방 망해서 없어질 것'이라는 주변의 편견을 이겨냈다.
이종석 대표는 대형기획사가 아닌 이상 아이돌의 성공 여부를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제한적인 예산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뷔까지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활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포커스를 맞춘 것이 '성장돌'이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잘 활용하지 않던 SNS를 적극 활용하는 홍보를 했다.
만만한 바닥은 아니었다.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됐지만 '돈'은 생각과 달랐다. 예산의 1.5배로 준비했던 자금은 금방 바닥났다. 본인의 집 전세금까지 뺐지만 '기대해' 앨범을 다 만들어 놓고 활동을 못 시킬 뻔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대표는 "팬 없는 스타는 없다"는 생각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그렇게 걸스데이는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이종석 대표는 지난해 12월 웰메이드예당에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모두 넘겼다. 걸스데이, MC몽, 여성듀오 주비스 등 가요 분야 매니지먼트는 그가 맡는다. 중소기획사 그리고 비(非)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는 한계와 편견을 극복한 이종석 대표와 드림티엔터테인먼트의 제2기가 시작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은 건 언제였나.
▶일본에서 경영대 대학원을 다녔다. 당시는 일본이 미국을 넘어서던 시기였고 세상을 넓게 보게 됐다. 미국이나 중국 사회도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아이가 태어났고 컨설턴트로 직장 생활을 하게 됐다. 일본은 오래 살았던 곳이라 문화나 그들의 사고방식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한다. 초기 한류 붐이 일었을 때 한류사업을 하겠다는 친구들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고 2002~2003년엔 그쪽 분야 컨설팅을 하게 됐다. 당시 권상우, 송승헌 등의 머천다이징(MD)과 관련한 컨설팅을 주로 했다. 그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접하게 됐다.
-기획사를 차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그것도 컨설팅에서 시작됐다. 2007년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컨설팅을 해주다가 빠져들었다. 그걸 계기로 보컬 아카데미를 설립해서 하게 됐고 그걸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다. 사업구도가 그랬다. 2년 뒤인 2009년 드림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의 계획은 무엇이었나.
▶회사 설립 1년 전쯤 세웠던 계획은 걸그룹보다 보이그룹을 먼저 데뷔시켜야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잘 아는 지역이 일본이니까 일본 활동도 염두에 뒀다. 그런데 남자들은 캐스팅이 원활히 진행이 안 됐고, 당시 민아를 비롯해서 여자 멤버들이 먼저 구성됐다. 그러다 보니 걸스데이가 먼저 나오게 됐다.
자금력 등을 생각했을 때 1년 안에 무조건 데뷔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경영상태가 힘들어질 거고 앨범 몇 장 내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데뷔 때는 완벽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도 통할 거라고 생각했고, 집중해서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계획대로 잘 됐다.
-당시 비전문인이 바라봤던 가요계는 어땠나.
▶아이돌이 끝난 거 아니냐 했던 시기에도 계속해서 아이돌이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는 계속 통하는 작품이 나오기 어렵지만 곡은 숫자가 많고 접근성이 더 높다. 드라마 한류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가요 쪽은 불이 붙으면 오래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섣부른 판단이었다. 자신감은 있는데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자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더라. 그동안 해왔던 것과 달리 움직이고 사고하는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다.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비전문인에 대한 편견도 있었을 텐데.
▶금방 망해서 없어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 친한 친구가 한창 잘 나가던 그룹의 회사 대표였는데 이쪽이 그동안의 경험과는 정말 다르고 힘들다며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런데 이미 발동이 걸렸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웃음) 물러설 곳은 없었고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몇 년간 겪어본 뒤 바라보는 가요계는 어떤가.
▶아직 이쪽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가요계를 논하긴 어려운 것 같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얘기만 하면, 이제 막 뛰기 시작한 단계고 걸스데이 다음이 중요할 것 같다. 회사를 만들면서 회사 이름을 건 콘서트를 하는 게 성공의 척도라고 생각해다. 아직은 잘 된 팀이 걸스데이 뿐이지만 앞으로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게 관건이고 걸스데이 뿐만 아니라 내년 데뷔할 보이그룹도 성공시켜서 후년에는 회사 이름을 건 콘서트를 하고 싶다.
-남자 아이돌 그룹을 준비중인가.
▶몇 명은 멤버가 확정됐고 몇 명을 더 보강해야 한다. 5~7인조로 생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어떻게든 데뷔를 시킬 생각이다.
-남녀 아이돌의 차이를 뭐라고 생각하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라는 기준이 애매하지만 여자 그룹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면 국내 팬층이 일정 부분 확보가 가능한데, 반면 성공했다고 해도 사업적으로 크게 매출이 나오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 반면 남자 그룹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까지 시작은 어려운데 중급 이상만 되면 팬 확보나 해외 시장 노리기는 수월한 것 같다. 잘 됐을 때 기준으로는 최소 3~5배 정도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가수 제작에서 엔터테인먼트 출신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다른 회사를 잘 모르지만 경험이 많으신 분들은 완성을 다 시켜서 데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난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친구들은 최대한 갖춰진 상태에서 데뷔할 수도 있고 어떤 친구들은 기본만 갖춰지면 성장하는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는 등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비즈니스로 표현을 하면 시장과 고객을 더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같다.
마케팅도 중요하다. 걸스데이는 데뷔 때부터 트위터와 팟캐스트 등을 활용했고 수영장 쇼케이스와 웨딩 패션쇼 느낌의 쇼케이스를 하는 등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전략과 마케팅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컨설팅을 하다 보니까 리소스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어떤 상황이고 시장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거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계를 여러 개로 나눠서 설정하고 거기까지 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하나 하나 이뤄나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팬들의 사랑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팬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요즘 바빠지다 보니 예전보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나나 걸스데이 멤버들이나 그 생각은 안 버리고 가져가려고 한다. 팬 없는 연예인은 없다. 그게 다라고 생각한다.
-걸스데이가 한창 잘 나갈 때 웰메이드 예당에 회사 지분을 넘겼다.
▶회사를 설립할 때 주주가 나와 내 친구 두 명이었다. 예산의 1.5배 정도를 준비했는데 모자랐다. 돈을 쏟아붓던 시기였고 걸스데이가 조금씩 잘 되면서 수익이 생기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많아서 재무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갔었다. 작년에 '기대해' 다 만들어 놓고 활동할 돈이 없었다. 집 전세금까지 다 뺐다. 회사 입장에선 절실했다. 또 소속 가수들 입장에서도 좀 더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가 가요 쪽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고, 웰메이드 예당과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은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 10주년 때 회사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아무래도 걸스데이가 발전하고 그 친구들이 커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회사의 역할이지 싶다. 내년에도 걸스데이는 중요하고 또 회사의 장래를 생각하면 남자 아이돌이 잘 데뷔해서 자리를 잡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회사에 여유가 생긴다면 보이스가 특색 있는 친구들이나 인디밴드들이 음반을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10주년 때도 걸스데이 멤버들이 다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몇 명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회사가 재계약하자고 하기 전에 아티스트가 먼저 재계약하자고 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또 그땐 드림티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을 걸고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콘서트를 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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