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감성'과 '깐족'은 공존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조금이라도 강하면 다른 하나를 집어삼키고 만다. 그런데 윤종신은 대단히 감성적이면서 또 참 잘 깐족거린다. 이 두 가지는 각각 음악과 예능에서 윤종신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는 어느 하나에 이미지가 매몰되지 않게 "극단적인 분리"를 잘 해왔다. 비결? 그저 "미련하게 잘 버텼다"는 것.
윤종신은 10여 팀의 가수가 소속된 미스틱89의 대표 겸 프로듀서다. 그 이전에 윤종신은 25년째 사랑받고 있는 감성 뮤지션이고, 깐족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예능인이다. 예능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면 그 잔상이 남아 원래의 캐릭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음악을 할 때와 예능을 할 때 각각의 캐릭터가 섞이지 않는 윤종신의 행보가 특별하다.
"버티기였어요. 전 양쪽 다 확실히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흐트러지지 않고 일관되게 해왔어요. 고정 MC를 하게 됐을 때 내 본업이 가수고 이게 부업이란 생각이 아니라 둘 다 본업이라고 생각했고, 균형을 잘 이루려면 혼재가 아니라 극단의 분리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윤종신에 대한 반응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처음 시트콤에 출연했을 때도 고정 MC를 맡았을 때도 호의적인 시선이 별로 없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윤종신은 꿋꿋했다. 예능에서 음악을 팔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잠깐 예능을 해서 뭔가를 얻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있어 보니 예능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얕게 치고 빠지는 건 안 좋은 것 같더라고요. 미련한 게 현명한 것 같아요. 5~6년 정도 할 때까지도 좋게 안 봐주셨어요. 그런데 그 시기를 겪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10년이 넘어가니까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그가 전쟁터 같은 예능에서 살아남은 건 꾸준했던 것 말고도 자신의 장점과 역할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종신은 "예능에 내 포지션이 있다"고 말했다.
"제가 아무리 해도 예능 전문인들은 넘어서지 못해요. 대신 뭘 시켜주면 딱 그것만은 잘 할 수 있어요. ‘라디오 스타’의 경우에 제가 깐족거려도 게스트가 진지한 얘기를 할 땐 절 많이 바라봐요. 전 잘 들어주고 포인트를 잡아서 리액션을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깐족 캐릭터는 예능에서 어디에 심어놔도 하기 좋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웃음)"
음악과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신 내어준 것도 있다. 윤종신은 "난 팬덤이 없다. 나같이 활동하면 팬덤이 깨진다. 난 이미 팬을 버렸다"며 웃었다.
"팬덤이란 건 충성도인데 제 팬은 '나 윤종신 팬인데' 해도 충성도는 떨어져요. 김동률에 비해 충성도 높은 팬들이 훨씬 적죠. 전 이미 90년대부터 선택의 기로에서 '싸지르는' 걸 좋아했고 이 선택을 했어요(웃음) 그래도 전 팬덤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할 수 있어요. 팬덤이 강하면 그걸 깨는 행동을 못 하거든요."
'월간 윤종신'은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윤종신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팬덤이 약하니 곡을 내면 바로 차트에 올라가거나 하지 않아요. 그래서 꾸준히 쌓아가는 형태로 하는 거예요. 언젠가 한 번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있고, 그 분들이 그 전달에 발표했던 곡을 들어주시기도 하거든요. 또 좋은 건 2~3년에 한 번 내게 되면 5년 뒤에 사랑받는 노래를 낼 수 없는데 전 겁 없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요."
윤종신은 음악도 예능도 쉼 없이 해오고 있다. '월간 윤종신'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고, 매주 고정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상시 활동모드다.
"월간 윤종신을 하는 거 자체가 시즌에 맞춰서 활동하는 걸 지양하고 상시 활동을 하겠다고 선포한 셈이죠. 방송도 주 단위로 나가니까 전 활동 기간이란 게 딱히 없어요. 피곤하기보다 오히려 그 전에 시간 낭비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사실 열심히도 아니고 그냥 사는 거죠. 언젠간 일이 줄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 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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