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수원 삼성의 중앙 수비는 불안함을 안고 시작했다. 곽희주(알 와크라)가 재계약에 실패한 뒤 일본 FC도쿄로 떠났고 민상기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브라질 출신의 헤이네르는 초반 적응에 애를 먹어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나마 곽광선이 잘 버텨줬지만 시즌 중반 병역 해결을 위해 상주 상무에 입대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정원 감독은 조성진(24)을 중앙 수비의 한 축으로 내세웠다. 지난해까지 일본 J2리그(2부리그)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뛴 조성진이 명문 수원의 중앙 수비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포지션의 특성상 쉽게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조성진의 축구 인생은 험난했다. 2009년 대전 유성생명과학고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프로 입단에 실패, 로아소 구마모토로 향했다. 해외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첫해 26경기에 나서며 실력을 보여줬고 2013년 삿포로로 이적해 37경기를 뛰었다. 1부인 J리그가 아닌 J2리그라는 점만 빼면 이국 땅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 자체는 대단한 성과였다. 일본어를 모르고 통역도 없는 상황에서 얻은 결과라 더 의미가 있었다.
수비에 골머리를 앓던 수원 서정원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눈여겨봤던 조성진을 영입했다. 일본통 최성용 코치와 그의 플레이를 기억하며 기량 완성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조성진은 올 시즌 각 구단 필드플레이어 중에는 가장 많은 36경기 풀타임 소화라는 놀라운 활약을 했다. 경고누적으로 35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 나서지 못한 것이 유일한 결장이다. 승부차기로 패한 FA컵 32강 상주 상무전 120분 풀타임 소화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무명에서 에이스로 올라서는 최고의 활약이다.
노예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는 매경기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당연히 서정원 감독은 21일 전북 현대와의 37라운드에도 어김없이 그를 출전시켰다. 골키퍼 김병지(전남 드래곤즈) 다음으로 많은 출장이다.
서 감독은 "지난해 직접 조성진이 뛰는 경기를 찾아서 봤을때는 그렇게 잘하지 않았다. 본인 말로는 감기 몸살이 걸린 상태였다고 한다"며 웃은 뒤 "결단을 내렸다. 선수를 키우자는 생각을 했다. 187㎝의 신장도 있고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미래를 보고 육성하기 위해 영입했음을 전했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서 조성진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그동안 경험했던 팀의 여건 중 가장 좋았기에 불만없이 뛰었다. 서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 전날 그에게 선발을 통보했다. 별 말 없이 흔들리지 않고 뛰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조성진은 세 번의 슈퍼매치 등 큰 경기에 나서며 실력을 보여줬다. 서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해내며 적응을 하더라. 그런 것들이 쌓여 지금의 조성진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감독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꼽힌 조성진은 말을 아꼈다. 그는 "감사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 열심히 뛰었다"라고 말했다.
J2리그 출신이 얼마나 잘하겠느냐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조성진이다. 그는 "안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해내고 싶었다. 어차피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했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특별하게 체력 관리를 하는 비법은 없다. 수원 관계자는 "식사 시간에 지켜보면 스스로 식단 조절을 잘하면서 섭취해야 할 것들은 확실하게 하더라"며 뛰어난 관리 능력을 강조했다.
조성진은 "비결은 없다. 그저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노력을 할 뿐이다"라고 웃은 뒤 "내년에도 올해 못지 않은 활약을 하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K리그, 챔피언스리그 다 좋은 성적을 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J2리그로 밀려갔다가 K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도전을 바랐다. 그는 "각자 자신이 있었던 팀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용기있는 도전을 조언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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