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72시간인데 괜찮죠"
성남FC는 지난 23일 FC서울과 FA컵 결승전을 치렀다. 120분 혈투도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가는 바람에 체력이 바닥을 쳤다. 그나마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박준혁의 선방으로 4-2로 승리하며 시민구단 최초로 값진 우승을 맛봤다.
우승 효과는 대단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민구단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까지는 시간이 부족했다. FA컵 결승 진출로 37라운드를 사흘 연기해 치렀다. 이틀만 쉬고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경기 전까지 승점 34점으로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PO로 잔류 여부를 가르는 11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천을 이겨야 부산 아이파크와의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자력으로 잔류를 결정할 수 있는 성남이었다. 패하면 PO로 몰릴 가능성이 컸다. 인천은 승점 1점만 획득해도 자력 잔류 확정이었다.
김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이미 정해진 경기 일정이라 나름대로 선수단 운용 계획을 짜고 있었다"라며 충분히 대비했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회복에 충분한 시간을 갖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의외로 몸놀림이 좋을 수 있다. FA컵이 끝나고 72시간이 넘지 않았느냐.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라며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FA컵 우승이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힘들어도 우승을 했으니 피로도를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다. 정신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 김봉길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5일 상주 상무와 36라운드 치른 뒤 열흘 11일 만에 경기에 나선다. 성남이 FA컵 종료 시간을 고려해 74시간30분 정도의 여유만 있었다면 인천은 266시간30분의 충분한 휴식과 훈련으로 이날을 대비했다.
김봉길 감독은 "성남이 피곤하겠지만 우승으로 기분도 좋고 정신적인 무장도 잘 됐을 것이다. 우리도 자체 경기와 훈련으로 견뎠다"라며 충분히 대비했음을 전했다.
그러나 우승 효과는 대단했다. 성남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45분 김동섭이 시즌 4호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절박했던 성남의 마음이 후반 내내 압도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내내 서서 박수를 치며 흥겨움을 유도했다. 최종 결론은 승리, 그야말로 FA컵 우승 효과에 춤을 춘 성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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