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과연 취임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달 21일 구단의 신임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한 가지 약속받은 게 있다. "전력 강화를 위해 이번 겨울 풀리는 FA 투수를 잡아달라"고 요청했고, 구단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간이 됐다. 이전부터 눈여겨 본 왼손 최대어 장원준이 마침내 시장에 나왔다. 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영입이 가능하다.
두산이 장원준을 필요로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발 마운드 강화다. 올 시즌 두산은 평균자책점 5.43으로 6위에 그쳤다. 시즌 초반부터 활화산처럼 터진 타선에 비해 투수진은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부진했다. 특히 선발진의 부진은 심각했다. 1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 5명(니퍼트·유희관·마야·볼스테드·노경은) 가운데 4점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니퍼트(3.81) 한 명 뿐이다. 그나마 볼스테드는 중도 퇴출됐고, 2012∼2013년 2년간 혹사를 당한 노경은은 수치가 7.90으로 부풀었다.
무엇보다 니퍼트가 내년에도 한국에 남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일본 등 해외 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있는 니퍼트가 떠난다면 두산은 투수진에 결정적 타격을 맞게 된다. 장원준 카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확실한 보험이 될 수 있다. 니퍼트가 잔류할 경우 두산은 니퍼트·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의 '빅3' 구축이 가능하다. 단숨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돈 문제도 사실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쓸 돈을 가지고 있는 두산이다. 지난해 FA 3인방 최준석(롯데), 이종욱·손시헌(이상 NC)과 결별하면서 굳은 돈이 모두 115억원이다. 확실한 전력 보강은 물론 '돈을 쓰지 않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호기다. 이미 지난 5월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무려 550억원을 들인 베어스파크를 대대적으로 개장한 두산이다. 쓸 때는 확실하게 쓰는 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장원준 영입을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우선 몸값이 예상을 훨씬 벗어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롯데가 "4년 88억원을 제시했음에도 계약을 거부당했다"고 밝힌 이상 그 이상의 돈을 준비해야 한다. 쓸 돈이 있다고 해서 선수 한 명에게 가용 자금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건 투자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다. FA를 바라보는 두산의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영입 가능한 선수라야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애써 키운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하면 엄청난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 어떤 구단도 결정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당장 다음 시즌 뒤가 부담이다. 두산의 간판 타자인 김현수와 오재원이 2015년 겨울 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FA 몸값이 '광풍'으로 표현될 만큼 하늘 높은줄 모르고 뛴 상황에서 이들을 붙잡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김현수 한 명에게만 최정(SK, 4년 86억원) 이상의 돈을 준비해야 할 판이다. 내년 예산은 따로 책정된다지만 장원준 한 명에게 1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건넬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면서 두산은 2001년 이후 1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982년 원년 우승 뒤 1995년 2번째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넘어섰다.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가을 야구를 경험하면서 강팀의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정작 우승의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간 여러 주요 선수들이 팀을 떠난 데다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면서 이제는 새롭게 팀을 구축할 때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장원준은 이런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자원이다. 두산이 아쉬워 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하지만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데다 타 구단들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어 쉽사리 영입을 장담하기 어렵다. 두산은 과연 김 감독에게 화끈한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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