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코로사에서 뛰지 못하겠다."
운영난에 빠진 핸드볼 남자 명문팀 코로사가 첨예한 내부 갈등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사 선수단은 28일 서울 성북구 고대부고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헌 사장의 불투명한 구단 운영을 지적하며 최악의 경우 핸드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장인익 코로사 감독은 이날 오전 구단 측으로부터 전격 해임됐다. 지난 25일 정명헌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팀의 '네이밍 스폰서' 웰컴론의 후원 중단으로 해체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달라고 호소한 뒤 벌어진 일이다. 당시 기자회견에 선수단이 동석하기로 했지만 참석하지 않으면서 웰컴론의 후원 중단과는 별개로 구단 내부의 갈등 의혹이 증폭됐다.
장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죽어라 운동을 한 결과가 이것(해체)이다. 불과 5개월 전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우승을 했던 선수들이다"라며 분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당장 새 스폰서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단과 구단 내부의 분열은 커지고 있다. 코로사는 지난 2001년 창단했다. 장미 육종을 수입해 화훼농가에 파는 중소기업 코로사의 정 대표가 직접 팀을 만들어 꾸려왔다.
2009년 코로사는 경영난에 처하면서 해체 위기에 놓였고, 선수들이 직접 꽃을 판매하며 구단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웰컴론이 네이밍 스폰서로 등장해 총 6년 팀을 후원했다.
내년 2월 웰컴론의 후원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코로사의 정 대표는 후원 연장을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월 24일 웰컴론에서 더 이상 후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정 대표가 선수단에 숨겨오다 최근에야 알리면서 문제가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장 감독은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자 27일 느닷없이 밀린 급여가 입금됐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는 고액 연봉자를 줄이겠다고 해놓고 어제(27일) 다시 끌고 간다고 하더라. 스폰서도 구했다고 한다. 이렇게 말을 다르게 하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선수들이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는 장 감독은 "개인적으로 정 대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팀을 운영해 왔다는 것 안다. 스스로 창단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돈 문제를 투명하게 하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사는 웰컴론으로부터 한 해 13억5천만원의 운영비 중 8억5천만원을 지원 받았다. 3억5천만원을 경남체육회로부터 지원 받았고 정 대표가 나머지를 충당했다. 웰컴론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뒤 내년 2월까지 1억5천만원의 급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정 대표의 말이 오락가락하니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감독과 선수들은 거액의 운영비 집행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레프트윙 이태영은 "기사 보고 알았다.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마음이 그렇다. 앞으로 정 사장이 운영하는 코로사에는 뛸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골키퍼 용민호도 "두 달 월급이 밀려 있다. 월급 달라고 하면 회사가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 것이 8개월이 넘었다. 웰컴론에서 (자금 집행을) 다 해줬다고 하는데 왜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며 구단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고 선수단을 축소하겠다고 한 정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주장 김장문은 "나는 계약이 만료됐지만 핸드볼을 못하는 상황까지 감수하겠다. 앞으로도 목소리를 내겠다"라며 선수단이 한 배에 타고 움직이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전했다. 선수들이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임의탈퇴로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는 위기의 팀 코로사 사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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