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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의 집념, 포기 모르는 '수원 개조'


감독 부임 2년차, 리그 2위-챔피언스리그 진출로 능력 과시

[이성필기자] "계속 상승세니까 내년에는 더 잘 되겠죠."

수원 삼성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 2014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잠시 감회에 젖었다.

수원은 지난해 서정원(44)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올해까지 두 시즌을 같이 보냈다. 지난해 5위였던 수원은 올해 압도적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고 운영비가 줄어드는 등 어려운 구단 환경 속에서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효율성을 보여줬다.

수원 관계자는 "서 감독이 2년 사이에 정말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구단이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가운데서도 고민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리그 2위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은 것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면서 뿌듯함을 나타냈다.

서정원 감독의 승부사 기질은 수원 선수단을 휘감았다. 현역 시절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졌던 '날쌘돌이'다운 저력을 선수단에 이식했다. 서 감독은 볼을 뺏기면 다시 쫓아가서 뺏어내고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라며 그라운드에서는 양반이 되지 말 것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마냥 너그러울 것 같은 서 감독은 시즌 초반 선수들의 플레이에 실망해 한 번 강하게 다그친 적이 있다. 4라운드 성남FC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자 "이것밖에 안되느냐. 이런 식으로 축구를 하려는 것이냐"라며 수원답지 못한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노했다. 선수단에 만연해 있던, 나만 잘하면 된다는 '수원병(病)'이 고쳐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수원의 한 선수는 "처음 서 감독을 봤을 때는 부드러운 지도자로 느꼈는데 갈수록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그 날 경기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빡빡하게 느껴졌던 지시들이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라며 괜한 우월감에 빠졌던 선수들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했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원다웠다. 포항과 최종전에는 10년 묵은 '포항 원정 무승 징크스' 해결과 산토스의 득점왕 차지가 최대 과제였다.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포항과 FC서울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여부는 수원에겐 그 다음 문제였다.

서 감독은 "현역 시절에 징크스를 모르고 살았다. 징크스를 반드시 깨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라며 포항의 최종 순위와 상관없이 포항 원정경기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함을 강조했다. 결과는 깔끔한 징크스 타파와 산토스의 득점왕 등극이었다. 수원으로서는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룬 것이다.

서 감독은 페널티킥 상황이 오면 산토스를 키커로 내세우겠다고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산토스는 이날 동점골로 시즌 14호 골을 장식하며 자력으로 득점왕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그는 페널티킥 없이 모두 필드골로 넣는 정확도를 보여줬다.

서 감독은 현역 시절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던,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탄산음료도 배격하고 커피도 블랙 커피만 마신다. 은퇴 후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철저했다. 선수들 앞에서 흐트러짐 없는 지도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철학 때문이다. 늘 바로 서 있는 지도자 앞에 선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원은 내년 챔피언스리그에서 2년 전의 아쉬움을 지우려 한다. 선수단 개편이라는 큰 일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 감독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 내년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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