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1월 엠씨더맥스 '그대가 분다', 2월 '겨울왕국' OST '렛 잇 고', 3월 소유&정기고 '썸', 4월 박효신 '야생화', 5월 하이포&아이유 '봄 사랑 벚꽃 말고', 6월 정인&개리 '사람냄새', 7월 산이&레이나 '한여름밤의 꿀', 8월 씨스타 '터치 마이 바디', 9월 포스트맨 '신촌을 못가', 10월 김동률 '그게 나야', 11월 MC몽 '내가 그리웠니'(멜론차트)
1월 걸스데이 '썸싱', 2월 소유&정기고 '썸', 3월 투애니원 '컴백홈', 4월 악동뮤지션 '200%', 5월 지오디 '미운오리새끼', 6월 태양 '눈코입', 7월 산이&레이나 '한여름밤의 꿀', 8월 박보람 '예뻐졌다', 9월 포스트맨 '신촌을 못 가', 10월 김동률 '그게 나야', 11월 MC몽 '내가 그리웠니'(가온차트)
지난 1월부터 각 월별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이다.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과 각 사업자들의 판매량을 총집계하는 가온차트에서 조금 차이는 있지만 눈에 띄는 건 3가지다. 콜라보레이션 곡들과 오랜만에 컴백한 가수들의 선전, 그리고 뒤늦게 빛을 보게 된 곡이다.
차트를 점령했던 아이돌의 이름은 눈에 띄게 줄었고 예년에 비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고루 사랑받았다. 순위권 전체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 뚜렷하다.
'이 조합은 어때?' 콜라보레이션 열풍
지난 2월 초 발표된 소유&정기고 '썸'은 올해 가요계의 가장 큰 트렌드인 콜라보레이션 열풍의 시발점이다. '썸'은 올해 최장기간 독주를 이어갔다. 멜론 주간차트 7위로 진입한 뒤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이후에도 인기가 지속돼 3위, 9위, 9위, 7위, 5위, 7위에 올랐고 3달 만에야 주간차트 1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썸' 이후 각종 남녀 콜라보레이션 곡들과 '썸 타는' 노래들이 쏟아졌다. '한여름밤의 꿀'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산이는 원래 음원강자였고, 오히려 빛을 보지 못했던 NS윤지가 기리보이와 부른 '설렘주의'가 멜론 주간차트 7위까지 올라간 것을 눈여겨 볼 만하다. NS윤지나 기리보이에게 이 곡은 대표곡이 됐다.
콜라보레이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아이유다. 신인 하이포와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비롯해 지오디(god) 등 신인들과 '레전드의 귀환'을 도왔고 이는 서태지와 독특한 형태로 콜라보레이션을 한 '소격동'에서 정점을 찍었다.
남녀의 조합이 주를 이뤘지만 이하이와 악동뮤지션 이수현 등은 여여 조합으로, 비진아(태진아&비), 지디&태양 등은 남남 조합으로 사랑받았다.
11월에 가장 '핫'했던 MC몽의 앨범도 콜라보레이션 곡들로 채워졌고, 12월엔 성시경이 권진아와 부른 '잊지 말기로 해'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2014년 가요계는 콜라보레이션으로 가득 채워진 한 해다.
'내가 그리웠니?' 레전드들의 귀환
올해는 대형 가수들의 컴백이 특히 많았다. 플라이투더스카이, god가 다시 뭉쳤고, 이선희 서태지 신해철 김동률 엠씨더맥스 박효신 이소라 바비킴 임창정 MC몽 등 가요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많은 가수들이 오랜 공백을 깨고 컴백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이들의 음악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올해 시작과 함께 엠씨더맥스가 7집 '언베일링'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팀이지만 무려 7년 만의 신보라 의문 부호도 따랐다. 그런데 '그대가 분다'는 방송 활동 한 번 없이 차트를 석권했다. 엠씨더맥스의 월간차트 1위는 2004년 1월 정규 2집 타이틀곡 '사랑의 시'에 이어 10년 만에 거둔 쾌거다.
지오디와 플라이투더스카이도 마찬가지. 지오디 다섯 멤버가 다 모인 건 12년 만이지만 '국민 그룹'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5년 만에 다시 뭉친 플라이투더스카이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동률은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인 6집 '동행'으로 음악 팬들을 추억에 물들게 했다.
사실 '추억'에만 기대서는 대중적인 인기의 척도인 음원차트에서 선전하긴 어렵다. 이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젊어질대로 젊어졌던 가요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논란은 있었지만 MC몽도 음악은 사랑을 받았고, 성시경도 오랜만의 신곡으로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꺼진 곡도 다시 보자' 뒤늦게 빛 본 곡들
올해 차트에서 가장 낯선 이름과 곡을 꼽으라면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가'다. 이 곡은 2013년 1월에 발표됐다. 음원 차트 1위를 한 건 무려 20개월 만이다. 1위에 오른 뒤 꽤 오랜 기간 사랑받았으니 역주행도 이런 역주행이 없다.
'신촌을 못가'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건 엠넷 '슈퍼스타K6'에서 임형우가 이 곡을 부른 게 계기가 됐다. 이번 시즌이 워낙 이슈가 됐다고는 하지만 곡이 좋지 못했다면 이 정도의 성과를 올리긴 어렵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히든싱어' 등을 통해 뒤늦게 재조명되는 곡들이 꽤 많았던 2014년 가요계였다.
'역주행'하면 이엑스아이디(EXID)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데뷔한 이들은 실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며 사실 뜨는 것보다 사라지는 것이 더 가까워보였던 팀이다. 지난 8월 발표한 '위아래'도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한 팬이 촬영한 '위아래' 직캠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더니 신분(?)이 급상했다.
일찌감치 차트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위아래'는 지금 1위 싸움을 하고 있고, 이엑스아이디는 3개월 만에 다시 이 곡으로 음악프로그램 무대에 올랐다.
탈(脫) 아이돌, 그래도 더 굳건해졌다
올해 K팝을 이끈 '주도주'를 꼽으라면 이론의 여지없이 '콜라보레이션'과 '레전드의 귀환'이지만 아이돌은 여전히 '우량주'다. 한때 차트를 도배했던 아이돌의 이름은 현저하게 줄었지만 여전히 파급력이 높은 콘텐츠다. 아이돌 시대는 저물었지만 대신 아이돌은 더 단단해졌다.
아이돌의 기세가 한 풀 꺾인 건 흐름에 휩쓸린 물량공세에서 완성도를 갖춘 질적 공략으로의 변화, 그리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한 현상이다. 오히려 포화현상이던 아이돌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 보는 게 맞다.
아이돌이 우후죽순 쏟아졌을 때의 초기 부작용이 사라져가고 있고, 아이돌은 특정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아직까지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목하고 있는 K팝은 아이돌이 대부분이다. 일본 시장에서 '무조건'적인 관심은 수그러들었지만 오히려 미국 등 서구에서의 관심은 늘었다.
아이돌은 올해도 국내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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