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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전쟁 시작 골키퍼, 최후의 생존자는?


제주 전훈 골키퍼 4인4색, 최종 수비에서 공격 출발점까지 할 일 많아

[이성필기자] "막아! 막으라고!"

15일 제주도 서귀포 시민축구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의 첫 훈련. 필드플레이어들이 열띤 훈련을 하는 옆에서 조용히 몸을 던지던 네 명의 남자가 있었다. 정성룡(29, 수원 삼성), 김진현(27, 세레소 오사카), 이범영(24, 부산 아이파크), 김승규(24, 울산 현대)로 구성된 골키퍼들의 훈련이다.

이들은 김봉수 코치의 조율에 맞춰 실전같은 훈련에 땀을 흘렸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상대의 볼을 받아내며 조용한 탐색전을 벌였다.

하지만, 8대8 미니게임에 투입돼서는 달랐다. 번갈아 골문을 지킨 이들은 같은 팀 수비수들을 향해 "막아라", "앞으로 나가라", "볼 들어온다"라고 소리를 질러가며 수비 지시에 바빴다. 골키퍼들끼리만 훈련할 때는 조용하다가 미니게임에서는 저마다 승리욕을 마음껏 표현한, 어찌 보면 야누스같은 변신이었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이번 제주 전지훈련이 최종 모의고사다. 일주일 간의 모의고사에서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선발 여부가 가려진다. 이들과 함께 훈련 멤버에 선발되지 않은 권순태(전북 현대)까지 예비후보로 기다리고 있다. 5명 중 3명이 아시안컵 대표팀에 뽑히기 때문에 제주 훈련에 참가한 골키퍼 중 최대 2명이 탈락할 수 있다.

권순태를 제외한 네 명의 골키퍼는 개성이 확실하다. 정성룡은 A매치 64경기 출전의 풍부한 경험이 있고, 김진현은 서서히 안정감 있는 방어를 보여주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나 평가전을 치러본 상대팀 지도자들의 칭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범영은 199㎝의 장신에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 선방 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고, 김승규는 넓은 활동 반경과 동물적인 순발력을 갖췄고 수비진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나쁘지 않다.

이번 훈련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권순태도 이들 못지않다. 김승규에게 있는 순발력과 정성룡의 안정성을 두루 갖췄다.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2006년부터 전북의 골문을 지켜오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자주 나서는 등 아시아권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골키퍼들은 서로의 장,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볼을 받으면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피는 행동들이 엿보였다. 이전 대표팀 훈련에서 골키퍼들은 자신을 뽐내기 위해 몸을 던진 뒤 숨고르기에 바빴지만 네 명이 모이니 확실히 달랐다. 볼을 받는 방법부터 움직임까지 경쟁자의 모든 것을 눈에 넣으려는 듯 유심히 지켜봤다.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에도 녹아들어야 했다. 모든 공격의 시작은 골키퍼였다. 골키퍼부터 안정적으로 공을 연결해야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연계가 잘 된다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넓은 시야와 발로 연결해주는 패스의 강약 조절을 잘 해달라고 강조했다. 골키퍼가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훈련이 끝난 뒤 이들은 말이 없었다. 첫 훈련치고 상당히 빡빡하게 진행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누구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그들만의 승부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흥미로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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