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또 한 명 굶주린 이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상병' 이정협(23, 상주 상무)이 그 주인공이다.
이정협은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공천포 전지훈련센터에서 대표팀 훈련 중 취재진과 만나 가슴 뛰었던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 대비 새 자원 발굴이라는 목적으로 많은 새 얼굴들을 이번 대표팀 훈련에 선발했지만 이정협의 발탁은 여러모로 의외라는 평가였다.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해 두 시즌 동안 52경기 출전, 6골 2도움을 기록한 이정협이다. 중앙 공격수라는 포지션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의 대표 선발은 시선을 끌 만했다.
하지만, 프로필 대신 자신이 직접 본 5경기를 통해 이정협의 재능을 확인한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선발해 시험하고 있다. 기존 중앙 공격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혹시나 새 얼굴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선발이었다.
이정협은 "좋게 봐주셨으니 내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 (소속팀에서) 골을 많이 넣지 못했고 주로 교체로 뛰었지만 상대 수비 공간을 침투해 괴롭혔다. 열심히 빠져들며 뛰어 다녔다"라며 자신의 장점을 슈틸리케 감독이 잘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처음 겪는 대표팀 훈련이나 환경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그는 "먹는 것부터 다르다. 국군체육부대 밥에 적응되어 있었는데 호텔 뷔페식을 먹다보니 소집 후 이틀 동안은 너무 많이 먹어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라며 최상의 지원을 받은 대표팀 환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늘 존경하던 차두리(FC서울) 등 대표 선배들을 보며 신기했다는 그는 "다시 대표팀에 오려면 내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훈련이 끝나고 팀으로 돌아가면 다시 올 수 있게 노력하겠다. 대표팀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을 잘 새겨 놓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목적이 뚜렸하고 재미까지 있는 팀에서 욕심껏 성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 감독에게 처음 지도를 받는데 흥미롭다. 모든 훈련이 지루하지 않다"라며 놀랐던 점들을 계속 이야기했다.
이정협의 롤모델은 예비역 병장인 선배 이근호(엘자이시)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상주 상무 소속이었던 이근호가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고 거수경례를 했던 멋진 장면을 기억한다. 이정협은 "큰 무대에 나가 골을 넣은 뒤 거수경례를 해서 체육부대장님께 칭찬을 받고 싶다"라며 이근호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선언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바꿔보려고 한다. 이정협은 주변 동료를 돕고 수비까지 가담하는 전형적인 희생형 공격수다. 하지만 박건하 코치가 "공격수는 골문 앞에서 이기적이어야 한다"라고 조언해줘 이때까지 보여줬던 스타일을 지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앞으로 골에 욕심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슈팅 기회가 오면 확실하게 하겠다. 욕심을 키워야 될 것 같다"라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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