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열정과 배고픔이 있는 선수의 '깜짝 발탁'을 목표로 출발한 슈틸리케호의 제주도 서귀포시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 사이 2015 호주 아시안컵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대표팀이 전지훈련에 열중하는 사이 아시안컵 준비는 조용히 시작됐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17일 서귀포로 내려와 슈틸리케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며 아시안컵에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큰 요구는 하지 않았다. 대신 작은 것들을 섬세하게 챙기며 모든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이색적인 부분은 오는 27일 호주로 출국하는 여정에서의 준비다. 대표팀은 단복을 맞춰 입고 항공기에 올라 12시간 가까이 비행을 한다. 꽉 끼는 단복을 입고 이동하는 것은 곤욕이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정장을 입고 기내에서 트레이닝복으로 환복했다가 다시 갈아입는 등 번잡함이 있었다.
장거리 비행의 답답함을 아는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협회에 캐주얼한 평상복을 제작해 달라고 주문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면바지에 티셔츠가 제작된 적이 있었지만 디자인이 우선됐을 뿐 기능에서는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기내에서 탈의를 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기능성이 좋은 캐주얼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더운 호주 내에서 이동 시에도 동일하다.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바지(칠부바지)에 바람이 잘 통하는 티셔츠가 제작된다.
해외파들의 경기력은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유럽이나 중동 현지에 직접 가지 않고 경기 영상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전문 분석 업체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며 최근 경기력을 살피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도 전지훈련 명단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손흥민(레버쿠젠), 한국영(카타르SC), 조영철(카타르SC)의 최근 경기력을 언급한 것도 모두 영상 확보가 잘 이뤄진 덕분이다. 이 위원장은 "굳이 현지에 나갈 필요가 없다. 영상 자료가 잘 축적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대팀 전력 분석 역시 기술위원들의 몫이다. 2명 정도가 한 팀씩 맡는다. 여기에 분석력이 뛰어난 전임지도자가 추가 분석관으로 투입된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있는 장외룡 기술위 부위원장이 자료를 정리해 슈틸리케 감독과 공유한다. 조별리그 국가 외에도 8강, 4강 등에서 만날 수 있는 국가들의 자료는 모두 모은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은 기술위원회에서 주로 하고 있지만 코칭스태프도 하고 있다. 서로 해야 할 역할을 명확하게 하면서 간섭이 없도록 조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성적이 날 수 있게 선수들의 신체 관리에도 신경쓰고 있다.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근무중인 선발대가 대표팀의 호주 시드니 출국 이틀 전인 25일 먼저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현지에서도 신체 리듬에 맞춰 각종 피로회복 기구 및 건강 보조제 등을 갖춰 놓는다.
아시안컵 이후에도 같은 체계는 계속된다. 8월 동아시안컵이나 이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등에도 기술위와 대표팀 간 협업 체제가 구축된다. 이 위원장은 "좋은 성적이 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는 합리적인 성격이라 일하기도 편하다"라며 시너지 효과가 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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