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해 프로축구는 시도민구단들의 재정 위기에 따른 해체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업구단들 역시 모기업의 경영난 등으로 재정 지원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모로 힘든 K리그의 한 해였다.
구단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최근 새삼스럽게 나온 이야기가 아니지만 올해 경남FC의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계기로 불이 붙었다. 강등 뒤 오히려 구단 경영을 혁신, 부채를 갚으며 위기를 극복해 재승격에 성공한 대전 시티즌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체'라는 구단주의 정치적 수사에 모든 것이 회오리처럼 빨려 들어갔다.
구단들의 재정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도 선수 인건비에 과도한 지출을 하는 구조가 우선 순위로 꼽힌다. 선수 몸값은 시장 규모와는 반대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어느 나라든지 이적 가능한 세계 축구 시장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고,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해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승리수당을 남발한 구단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선수단 몸값이 올라가니 다른 부문에서의 투자는 어림없다. 현상 유지에 신경 쓰느라 미처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만큼 구단 경영을 혁신적으로 해내기가 어렵다. A시도민구단 관계자는 "연봉 협상 시기에 선수들이 '이만큼 주지 못하면 다른 구단 가겠다'고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허무하다"라고 씁쓸한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연봉 공개도 좋은 취지와는 달리 구단들의 경영 위축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맹은 구단의 재정 건전화라는 명목을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구단들의 몸집 줄이기를 불러왔다. 모기업은 축구단을 통한 사회공헌 등의 이유로 재정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구단에 대해 투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구단이 지출을 줄이니 시민구단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도 막혔다. 기업구단이 좋은 선수를 잡기 위해 던져주는 이적료는 대표적인 수입원 중 하나다. 이런 돈의 흐름이 끊기면서 국내 팀들간 선수 이동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선수들은 중동, 중국 등 해외 이적에 눈길을 돌림으로써 K리그에는 스타 기근 현상이 일어났다.
예년에는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각 구단의 이적이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올해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B기업구단 관계자는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이 딱 맞다. 기업구단은 돈 쓰기를 주저하고 시도민구단은 경남 사태를 계기로 지출 항목을 철저하게 따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동맥경화'라는 표현이 딱 맞다"라며 안타까워했다.
K리그가 위축되는 사이 중국과 중동 시장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일본이 K리거들의 이적 1순위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계기로 각 구단의 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사랑에 정책적인 지원까지 뒷받침되면서 베이징 궈안, 광저우 부리, 산동 루넝 등이 거액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인프라 구축과 함께 성적을 내기 위한 선수 영입이 활발하다. K리그에서 국가대표에 한 번이라도 뽑혔다면 상당한 연봉을 보장 받는다.
중국과 함께 태국 프리미어리그 시장의 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상위권 성적을 내는 무앙통 유나이티드는 올해 초 6개면의 연습장 건립에 삽을 떴다. 부리람 유나이티드, 촌부리 등은 관중 열기를 등에 업고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리람은 최근 K리그 한 구단 교체요원급 선수에게 4억원의 연봉을 보장하며 유혹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과 인천에서 뛰었던 김태윤(송크람)이나 부산 아이파크 주전이었던 김유진(방콕 유나이티드) 등이 태국에서 자리를 잘 잡은 것도 한 몫 했다.
중동 시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카타르는 국가적인 귀화 정책과 함께 2022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리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선수 영입에 거액을 지출하고 있다. 이명주(알 아인)가 K리그 최고액인 50억원의 이적료에 팔려간 것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이근호(엘 자이시)도 카타르행을 선택했다.
향후 아시아권 국가들의 K리그를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리그 확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언제든지 선수 빼가기에 나설 수 있다. 2009년까지 대전 시티즌에서 뛰었던 유재훈(페르시푸라)은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에 선발하고 싶으니 귀화를 하면 안되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 축구의 공습은 시작된 지 오래다. K리그가 위축되고 있는 사이 다른 아시아 국가 축구리그의 성장은 괄목상대다. 아시아의 압박에 탈출구 마련이 시급해진 것이 2014 K리그의 현실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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