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진짜 상 주고 싶은 배우들…연말 뒤풀이 시상식

[장진리기자] 2014년 한 해를 빛낸 스타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 모두 끝이 났다.

트로피를 품에 안은 수상자들은 환한 미소로, 때로는 행복의 눈물로 수상의 감격을 표현했다. 아쉽게 수상에 실패한 이들도 있었고, 시상식에 설 수 없던 이들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연말 시상식에서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연말 뒤풀이 시상식을 준비했다.

◆왜못받았,대상-'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뒷풀이 시상식 영예의 대상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이하 괜사)' 조인성이 차지했다.

극 중에서 어린 시절 불우한 기억에 사로잡혀 환시를 보는 복잡다단한 장재열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낸 건 조인성의 힘이었다. '괜사'의 장재열은 조인성이었고, 조인성은 곧 장재열이었다. 조인성이 아닌 장재열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조인성은 '신들린 연기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힐링시켰다.

중국 체류로 2014년 마지막 날 열린 '2014 SBS 연기대상'에 불참한 조인성에게 주어진 것은 10대 스타상과 베스트 커플상. 베스트 커플상은 그나마 네 커플에게 주어지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지난해에는 특별상을 받았고, 올해는 10대 스타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다. 2년간 SBS를 빛낸 조인성의 굴욕 아닌 굴욕이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괜찮아 사랑이야'로 2년 연속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믿고 보는 배우' 조인성에게 "왜 못 받았대?"라는 시청자들의 진심을 담아 대상인 왜못받았,대상을 수여한다.

◆내가졌'소'상-2014년 충무로의 이경영

2014년 쏟아져 나온 영화는 모두 '이경영'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됐다. 이경영은 수없이 많은 작품에서 나오고 또 나왔다. 심지어 '인터스텔라'에도 이경영이 나오는 줄 알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이경영은 한 인터뷰를 통해 "'충무로의 노예'란 말은 확실히 들었다. 과한 표현이지만 내가 행복해 하는 일에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사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충실한 노예를 넘어 일도 잘 하는 충무로의 노예가 되겠다"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2014년 이경영은 소처럼 일했다. 2015년부터는 소가 이경영처럼 일해야 할 지경이 됐다. '일복의 상징' 소마저도 놀라게 한 '충무로의 노예' 이경영에게 존경을 담아 내가졌'소'상을 선사한다.

◆민심대통령상-'오만과 편견' 최민수·'정도전' 박영규

최민수와 박영규는 연말 연기대상에서 개념 소감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2014 MBC 연기대상'에서 황금연기상을 받은 최민수는 대리 수상을 통해 수상 거부의 뜻을 나타냈다. 최민수는 수상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입니다"라고 세월호와 관련, 따끔하게 지적했다.

'정도전'으로 '2014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박영규 역시 수상 소감을 통해 고통받고 있는 세월호 사건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며 잠시 눈물을 보인 박영규는 아들을 위한 노래에 이어 "세월호 가족 여러분, 내년에 힘차게 우리 용기를 잃지 말고 삽시다"라고 격려를 전했다.

지난해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로 인한 상처는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아물지 않았다. 아직도 아홉 명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했지만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차가운 바다보다 더 차가운 외면 속에 고통받고 있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가족들의 가슴에 잠시라도 '함께'라는 따뜻한 촛불을 켜준 최민수와 박영규, 민심대통령상에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다.

◆잭팟상-'미생' 변요한

'미생' 단 한 작품으로 제대로 터졌다. '미생'의 신의 한 수는 한석율 역의 변요한 캐스팅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석율 역을 거머쥔 변요한은 왜 한석율이 변요한일 수밖에 없는지 연기로 입증했다.

자기중심주의라고 외치지만 사실은 가장 다정하고 세심한 '개벽이' 한석율을 연기한 변요한은 '미생' 단 한 편으로 안방 여심을 강타했다. 오히려 '미생'으로 '들개', '목격자의 밤', '리타르단도', '트랩(TRAP)' 등 변요한의 지난 필모그래피까지 다시금 주목받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변요한이라는 보석을 발견한 안방 여심은 현재 일상생활불가 수준. 단 한 작품으로 최고의 라이징스타로 떠올랐지만 tvN 시상식 개최의 불발로 무관에 그치게 된 변요한에게 사랑과 감사와 사심을 담아 '올해의 잭팟상'을 선물한다.

◆메소드 연기상-'신의 선물-14일' 조승우

'신의 선물-14일'은 '치열한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을 거쳐야만 볼 수 있다는 조승우를 아무런 경쟁 없이 우아하게 안방 1열에서 일주일에 두 번이나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형사 출신의 심부름센터 직원 기동찬 역을 맡은 조승우는 기동찬 그 자체를 안방에 그려내며 '메소드 연기'를 선보였다.

짧은 순간에도 수십 번씩 감정과 눈빛이 바뀌는 복합적인 조승우의 연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신의 선물'의 힘이었다. 시청자들을 맥빠지게 했던 용두사미 결말에도 조승우는 몸 사리지 않는 명품 연기로 나홀로 살아남았다.

다소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신의 선물'은 장르 드라마로 2014년 SBS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조승우 역시 더할 나위 없는 연기력으로 상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연말 시상식 그 어느 곳에서도 조승우를 만날 수는 없었다. 내년에도 조승우를 안방 1열에서 우아하게 만나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소망을 담아 '메소드 연기상'으로 그의 노력과 연기력을 치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