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야심차게 도입한 K리그 승강제가 새해 들며 어느새 4년째에 접어든다. 승강제가 첫 도입됐던 2012년 상주 상무의 강제 강등에서부터 파열음이 났고 지난해에는 경남FC가 챌린지(2부리그) 강등 후 홍준표 구단주의 해체 발언으로 홍역을 앓는 등 K리그 전체가 휘청거렸다.
승강제는 K리그 발전을 위해 한국 축구계가 절실하게 원했던 제도였다. 도입되면 팀들의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K리그의 질적 향상은 물론 국가대표 경기력 강화에도 일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챌린지리그 팀들이 불완전하게 구축된 상황에서 승강제는 여전히 불안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올라가도 해당 팀이 마냥 즐거워할 수만 없다. 두 배 이상 뛰는 구단 운영비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대부분의 승강권 팀이 시도민구단이라 지자체 재정에 기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극적으로 클래식 승격한 광주FC, 대전 시티즌도 이런 운명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상태다.
K리그 이적 시장이 워낙 얼어있다보니 선수 팔기에 의한 자금의 순환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시도민구단에서 해외 리그로 이적 선수가 나오는 경우도 드물다보니 이적료 등을 벌 수 있는 구조도 아직은 아니다. 마케팅에 기대 흑자를 낼 상황도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시도에서 운영하는 타 아마스포츠 팀과의 역차별론까지 일고 있다. A시도민구단 사장은 "예산 확보에 있어서 하는 일 중 하나가 다른 아마스포츠 종목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거액을 지원해주면서 그 정도 성적밖에 내지 못하느냐는 비판을 들으면 할 말이 없어져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다. (아마 스포츠팀들이) 그 돈으로 우리에게 지원해주면 안되느냐는 말에는 그저 유구무언이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하나,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제기나 홍준표 경남 구단주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단이 지자체에 승강제의 순기능 등 축구 문화를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문선 전 성남 사장은 성남시의 재계약 의사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타이밍에 어울리지 않게 사표를 던졌다.
성남은 곧 또 다시 새 사장 체제에서 사무국 인사를 해야 한다. 지난해 신 사장 체제에서 사무국 개편이 단골메뉴였는데 또 칼을 대야 하니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일부 프런트에게 3개월치 임금을 보장하는 권고사직도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시도민구단 사장은 "프로축구연맹도 그렇고 구단도 자주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에게 승강제 등에 대한 설명회 등으로 이해도를 높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당연히 강등되면 팀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는 축구계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얘기했다.
기업구단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아직까지 기업구단이 강등된 일은 없다. 하지만, 강등 시 대비책을 세워놓은 구단은 거의 없다. 그저 '설마 우리가 강등이 될까'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모기업의 성과주의에 치여 성적을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지 오래된 일이다. 구단 사장 등 경영진들이 대부분 모기업에서 파견된 인사라 구단의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어렵다. 구단의 자금 집행이 일반 기업과 다른 성격으로 이뤄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의 설익은 연봉공개로 인해 유탄을 맞기도 했다. 구단 운영비가 100억원 이상 감액된 수원이 대표적인 예다. 제 몸값을 못받는다고 생각한 스타급 선수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이적료로 번 돈은 재투자보다는 보전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팬들에게 스타 없는 팀의 경기를 보러 와달라고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C기업구단 사장은 "성적이 상위권인 구단들은 그나마 여유를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살얼음판을 걷는다. 강등 여부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해보자고 할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중 그러모으기에 힘을 모으고 지역 사회와 계속 호흡하는 것이 정답인데도 선수들에게 설명조차 못한다. 축구만 잘해야 한다는 인식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이도저도 손을 대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나마 최근 전북 현대가 과감한 투자에 의한 급성장으로 변화를 선도하고 수원 삼성, FC서울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빠르게 연고지에 녹아들고 있고 울산 현대도 노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팀으로 변화를 꾀하는 등 살기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시도민구단들도 열악한 상황에서나마 지역 사회 봉사 활동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FC는 조광래 사장 부임 후 지역 사회에 더 녹아들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등 챌린지에서 기틀을 마련해 클래식으로 올라오기 위해 초석을 다지고 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승강제가 안긴 변화다. 상위팀에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혜택이 주어지는 등 제도의 연착륙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프로연맹이 한국 실정에 맞는 최상의 제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
승강제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장기적으로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와도 승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방통행식이 아닌, 협업만 잘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강등에 지레 겁을 먹는 구단주들과 주변인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2015년 K리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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