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84억원의 사나이' 장원준(두산)은 "170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좌완 선발 유희관은 지난해 177.1이닝을 기록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한국무대 4년간 평균 170이닝을 소화했다. 이들이 '하던 대로만' 하면 프로야구 역사상 손에 꼽을 '이닝이팅 선발진'이 꾸려지게 된다.
두산 베어스 선발진이 꿈의 기록에 도전한다. 1∼4선발 합쳐 700이닝, 선발투수 전체를 통틀어 800이닝이란 대기록에 도전한다. 두산은 FA 장원준 영입, 니퍼트와 유니에스키 마야 재계약으로 선발투수진 구성의 90%를 완료했다. 나머지 선발 한 자리는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결정할 계획이다.
◆'이닝이팅' 1∼4 선발 구축 완료
선발로테이션은 야구단의 '뼈대'다. 아무리 전력이 좋은 팀이라도 선발진이 부실하면 좋은 성적은 꿈꿀 수 없다. 선발투수 한두 명만 잘해도 쉽지 않다. 로테이션의 거의 모든 선수가 고르게 활약을 해줘야 꾸준하면서 기복없는 성적이 나온다.
많은 승리와 탈삼진, 좋은 평균자책점이 투수 평가의 기본 항목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투구이닝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이닝 소화력이 부족하다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반대로 현란하며 압도적인 투구내용을 보이지는 못하더라도 시즌 내내 많은 이닝을 던져주는 투수는 어떤 나라, 어떤 리그에서든 최고로 쳐준다.
기복없는 꾸준함이 장점인 장원준은 최근 1군무대 7시즌 연속 150이닝 이상, 170이닝 이상도 2번 기록했다. 경찰청 입대 직전 시즌인 2011년에는 무려 180.2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합류한 마야는 11경기서 63이닝을 소화했다. 평균 6이닝 정도를 책임져준 셈이다. 풀시즌을 소화할 경우 그 역시 150∼170이닝을 기대할 수 있다.
선발로테이션의 이닝 소화력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있다. 지난해 선발투수들의 투구이닝이 가장 많았던 상위 4개 구단 가운데 3개팀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737.1이닝)은 선발 투수들의 이닝소화력 또한 독보적이었다.
그 뒤를 NC(692.1이닝), 롯데(689.1이닝), LG(673.1이닝)가 이었다. 지난해 준우승팀 넥센의 경우 641.2이닝으로 부문 8위에 그쳤지만 불펜과 타격의 힘으로 만회한 경우다. 20승투수 밴헤켄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점도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밴헤켄은 187이닝으로 최다이닝 1위를 차지했다.
671.2이닝을 던진 두산 선발진의 순위는 6위. 딱 시즌 성적(6위) 만큼의 기록을 올린 것이다. SK(673.1이닝)와 두산에 이어 7위 KIA(644.1이닝), 9위 한화(621.1이닝)로 마치 시즌 순위표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빅4' 700이닝에 5선발 100이닝 기대"
로테이션의 1∼4선발로 범위를 줄여도 순위는 대동소이하다. 롯데(1위, 613이닝)와 삼성(3위, 586이닝)의 자리가 바뀌었을 뿐 NC(612이닝)를 포함해 '가을 야구'를 경험한 팀들이 상위 4자리 가운데 3자리를 차지했다.
올 시즌 두산 선발투수들이 특별한 부상 없이 자신들의 로테이션 순번을 꾸준히 지켜준다면 최소 750이닝 최대 800이닝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9개 구단 체제로 치른 지난 2년간 선발 800이닝을 기록한 팀은 없다. 2013년 NC(752.1이닝), 삼성·SK(이상 750이닝), 롯데(707.1이닝), LG(707.6이닝) 순이었다. 2시즌 연속 선발진 700이닝 벽을 넘은 팀은 삼성 뿐이다.
노경은 외에 이현승, 이재우 등이 클로저 후보로 꼽힌다. 이들 가운데 마무리 경쟁에서 탈락한 한 명이 5선발로 기용될 수 있다. 어떤 투수이든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100이닝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선발진의 '빅4'가 700이닝을 합작해줄 경우 두산 선발진은 '꿈의 800이닝'을 현실에서 맞이하게 된다.
관건은 변수 방지다. 니퍼트의 몸상태, 유희관의 기복, 장원준의 몸값 부담, 마야의 풀시즌 소화력이란 암초도 도사리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2015년의 출발선상에서 두산 선발진은 '막강'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주목거리인 두산 선발진이 '큰 꿈'을 꾸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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